美정부, "유가 변동성 축소"…선물 투기자본 규제 강화
미국 정부가 원유 선물시장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선물시장 투기 자본이 최근 1년간 이어지고 있는 국제유가의 급등락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리 겐슬러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회장은 전날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그외 원자재 관련 선물시장에서 벌어지는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기성 자본이 선물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147달러에 달했던 국제유가가 지난 12월에는 30달러 대로 추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선물시장에 대한 거래 제한이 현실화하면 상당한 권한을 시장에 맡겨온 미 정부 정책에 있어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FTC는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이뤄지는 농산물 선물 거래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만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에너지나 금속 선물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
CFTC는 원유 생산업자나 항공업체 등 리스크 헤지를 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을 제외한 '투기성' 거래자들에 대해 선물 계약 보유 상한선을 도입할 방침이다. 겐슬러 회장은 CFTC가 매주 내는 시장 리포트에 담는 정보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새 리포트에는 스왑 딜러와 헤지펀드, 해외자본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담기게 된다.
이번 방침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마이클 코스그로브 GFI그룹 상품 부문 대표는 에너지 선물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으로도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거래량 상한제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NYMEX를 운영하는 CME그룹은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원유 선물시장에 거래량 상한제가 도입되면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시장 큰 손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들을 투기세력으로 볼 지 헤지 목적 투자자로 볼 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상품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이 상당한 만큼 스스로를 헤지 목적 투자자라고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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