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B시장 진출 관건은 자본"

2009-06-29 18:24

   
 
 
"투자은행(IB)은 자본력과 인력 싸움이다. 자본을 만질 인력은 우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은 해외 대형 IB에 턱없이 밀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IB와 경쟁하려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국내 증권사 자본을 모두 합쳐도 해외 대형사 대비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문성필(사진)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법인장은 "올해 2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며 "하지만 당장 외국 IB와 견줄 만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법인은 이곳 금융가 래플스 플레이스에서 최고층 빌딩인 OUB센터에 자리하고 있다. 이 법인은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헤지펀드 투자를 위해 미국 아틀라스사와 합작으로 세운 것이다.

문 법인장은 "이미 4년 전인 2006년부터 아틀라스 펀드에 대한 시험 운용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이 기간 해마다 15% 이상 수익을 내 4억 달러를 벌었다"고 전했다.

이는 원화 기준 수익률로 따졌을 때 70% 이상이다.
 
전세계 헤지펀드가 작년 금융위기로 20% 내외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이곳 당국이 외국 금융사를 적극 배려해 준 덕분이다.

문 법인장은 "우호적인 행정절차 덕분에 짧은 시간에 자릴 잡을 수 있었다"며 "법인 설립을 신청한 지 불과 두 달만에 당국으로부터 모든 검토가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 금융감독원 격인 통화감독청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우리보다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우월한 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파격적인 세금 감면 역시 매력적이다.

문 법인장은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소득세 감면으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이곳엔 세계 유수 로펌도 대거 진출해 있어 세금 문제에 대한 자문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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