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정체 기로에 선 와이브로 3주년
2009-06-25 08:26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WiBro)가 상용화 3주년을 맞아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 2006년 6월30일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가입자는 22만명, 매출은 3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지만 올해들어 정부의 지원과 해외시장 진출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와이브로 가입자는 KT 20만9천명, SK텔레콤 1만5천명으로 모두 22만4천명에 불과하다.
KT는 작년말까지 와이브로 사업에 7천300억원, SK텔레콤은 6천2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두 회사를 합친 와이브로 사업 연매출은 3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와이브로 장비 업체인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 사업 인력 일부를 정리하며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KT의 와이브로 커버리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19개시, 지방 도시의 8개 핫존(Hot Zone)에 불과하며 SK텔레콤도 대학가나 도심 중심의 42개 핫존을 커버리지로 갖고 있을 뿐이다.
KT 관계자는 "결코 자랑할만한 수치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 "국내 유선인터넷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진데다 실외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점으로 인해 획기적인 와이브로 확산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는 시속 120㎞ 이상으로 움직이면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이동형 무선 광대역 서비스로 한국을 먹여 살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혀왔다.
당초 2005년 1월 와이브로 사업자로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이 선정됐으나 3개월여 만에 하나로텔레콤이 사업권을 반납함에 따라 2006년 6월30일 KT와 SK텔레콤만이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
KT 관계자는 그러나 "인터넷 이용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옮겨가는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와이브로 이용이 확산되고 있고 와이브로 속도와 기술도 개선되면 어느정도 시장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올해 들어 출시한 넷북과 와이브로 번들링(묶음) 상품이 호평을 받고 있고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단말기 출시가 본격화되면 와이브로 가입자 유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와이브로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SK텔레콤도 지난해부터 와이브로 사업팀을 새롭게 구성, "WCDMA의 보완재로서 와이브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마케팅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와이브로 사업의 극심한 부진을 타개하고 와이브로를 일자리 창출과 가계 통신비 인하로 연결시키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와이브로에 010 음성탑재를 허용하고 010번호를 부여하는 한편 신규사업자를 유치, '황금주파수'로 꼽히는 저주파수대역(700-800㎒)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에서 열린 방송통신장관회의에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와이브로 채택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초청, 와이브로 세일즈를 벌였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와이브로 전도사'를 자처하며 중동을 순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도 사업부진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기 시작해 KT가 우즈베키스탄에 와이브로 기술을 심은데 이어 SK텔레콤과 SK텔레시스와 손잡고 요르단에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이미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국가에서 국산 와이브로 기술과 장비의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실제 아프리카나 중동, 중남미와 같이 국토가 넓고 유선통신망 구축이 안된 나라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와이브로의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먼저 해외시장 개척이 탄력을 받으려면 서비스 레퍼런스로서 국내시장의 활성화가 필수 요인"이라며 "DMB 사업처럼 와이브로도 다양한 단말기 출시 등에 힘입어 가입자 증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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