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기업 '주가' 실적이 갈랐다

2009-06-24 08:16


올해 들어 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 '맞수 기업'들의 주가 명암은 뚜렷하게 갈렸다.

업계 정상을 다투는 경쟁기업들은 대표종목답게 대체로 주가 강세를 이어가며 전체 증시를 견인했지만 상승폭은 기업 성격에 따라 확연하게 구별됐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종목들이 눈에 띄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경쟁기업을 압도했다.

◇ 사업포트폴리오에 주목하라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LG화학 주가가 작년말 7만1천원에서 23일 현재 13만5000원으로 90% 이상 급등하면서 호남석유(50.9%, 5만1700원→7만8000원)를 압도했다.

두 회사 모두 2분기 실적이 시장추정치를 웃돌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업에 주력하는 호남석유와 달리 LG화학은 하이브리드전지 배터리 등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7만3100원에서 7만2300원으로 소폭 하락한데 반해 대우증권은 1만2800원에서 1만9250원으로 50.4% 급등했다. 삼성증권은 7.9% 올라 중간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이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강한 대우증권이 상반기 주가상승 국면에서 수혜를 입었지만 펀드 부문이 강점인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유통업계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맞수'의 운명을 갈랐다. 경기 침체기엔 백화점보다는 할인마트가 우세를 보여왔지만 올해 들어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주가 흐름은 사뭇 달랐다.

신세계는 외환위기 당시 1998년 한 해 동안 주가가 10배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할인마트 부문에서 특정업체가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워진 환경으로 인해 신세계는 0.6%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백화점 부문에 강점이 있는 롯데쇼핑은 소비양극화에 따른 구조적인 수혜를 입었고 해외여행객 감소에 따른 백화점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면서 14.3% 올랐다.

◇ 불황에도 영원한 맞수
은행과 온라인 게임 등 일부 업종에서는 '시소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업에서는 KB금융의 주가상승률이 21.4%로 신한지주(4.9%)를 크게 압도했다.

하지만 이는 신한지주가 최근 1조60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당 순자산가치가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시가총액으로는 여전히 엎치락뒷치락이다.

22일에는 KB금융의 시총이 15조1271억원으로 신한지주의 15조84억원보다 많았지만, 23일에는 KB금융 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한지주가 우위에 올랐다.

국내 은행들은 사업 영역 등이 뚜렷이 차별화되지 않기에 은행별 차이보다는 경기 흐름에 따라 비슷한 방향으로 등락하는 편이다.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중국의 온라인 게임 사업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5만2600원에서 16만7000원으로 무려 219.9% 급등했다. 경쟁업체인 네오위즈게임즈는 1만9850원에서 3만3950원으로 57.9% 오르는데 그쳤지만, 네오위즈게임즈가 최근 유.무상 증자를 한 점을 감안하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IT업계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1.4%와 9.4%로 엇비슷한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실적이나 사업 부문보다는 작년 하반기 급락에 따른 반등 효과로 주가가 엇갈린 업종도 적지 않다.

타이어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주가상승률이 한국타이어를 앞섰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작년 말 4천490원에서 23일 4865원으로 8.4% 올랐지만, 한국타이어는 1만5300원에서 1만5250원으로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금호타이어가 그룹 관련 리스크로 급락한데 따른 것으로 실제 실적에서는 한국타이어가 1분기에 이미 흑자로 돌아서며 우세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도 GS건설이 올해 들어 25.9% 올라 현대건설(-0.2%)에 '판정승'을 거뒀지만, 작년 8월말과 비교하면 GS건설은 14.1% 떨어진 상황으로 현대건설(1.1%)에 뒤처진다. 작년 하반기까지 시야를 넓히면 현대건설이 부침을 덜 겪었다는 얘기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