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실손보험 악재는 '엄살?'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의 보장한도 축소가 결정된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에 미칠 파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장한도 축소는 손보업계의 판매 감소와 가입자의 부담 확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험업계는 물론 민영의보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왔다.
23일 증권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형 민영의보 보장한도 축소는 도입이 이미 확실시되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손보업계의 최근 실적을 감안할 때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적인 상품 경쟁력 약화라는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타격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보장한도를 기존 100%에서 90%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인의료보험제도 개선방안'을 22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현행 5000원~1만원에 불과한 본인 부담금으로 인해 모럴헤저드가 확산될 수 있고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00%를 상회하고 있다며 보장한도 축소가 손보업게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선된 제도는 오는 10월부터 판매되는 상품에 적용되며 이전에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는 갱신기간 도래 후 90% 보장한도가 적용된다.
이병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손보업계와 생보업계의 민영의보 판매가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지만 손보상품의 판매가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실적이 생보를 앞선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손보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비롯해 실적 자체는 양호한 상황이며 실손의보 보장한도 축소가 미칠 여파는 제한될 것이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내다봤다.
그는 "독립판매법인(GA)을 둘러 싼 생손보간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GA채널의 손보사 상품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손보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보장한도가 축소됐지만 손보업계가 이에 대해 기존 보험료 인하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우위는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손보업계는 기존 100% 보장이라는 손보사 상품의 장점이 희석될 수 밖에 없어 경쟁우위를 잃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업계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상승할 수 밖에 없어 보장한도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장한도가 90%로 내려가면 손해율은 개선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영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80% 대 100%라는 상품의 경쟁력으로 인해 불황기에 손보업계 상품이 매력적이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보업계가 손보업계에 비해 강력한 마케팅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손보업계는 변경된 보장한도가 적용되는 10월 이전에 대대적인 상품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생보와 손보 실손형 의료보험은 상품의 보장 방법에 차이가 있다. 생보사의 실손형 의료보험은 연간 병원 방문 횟수를 180번까지 정한 반면 손보사의 상품은 사고당 3000만원까지 가입금액 한도에서 보장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장한도에서 갖는 매력이 사라져 상품 재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생보 상품의 장점과 기존 손보 상품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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