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반기 경기회복 '족쇄'?
금융위기 여파가 진정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환율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 전문가들은 하반기 환율이 11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1600원대를 넘보던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외환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하반기 외환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북핵 문제와 유가를 꼽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감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북핵 문제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현재 하향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환율에 압박이 될 수 밖에 없으며 3분기에는 상승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외환시장의 변수는 북핵과 유가"라면서 "유가가 80달러를 넘어가면 3분기 환율 상승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환율 범위는 1200원에서 1250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의 흐름 역시 외환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요인이다. 우리 경제가 수출 주도의 경제인만큼 해외 경제가 미칠 여파가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딜링룸은 장기적으로 환율 하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해 아시아 통화 중 원화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씨티은행은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지 않는다면 환율은 1150원 아래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년간 달러·원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면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외환시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달 들어 유가가 강세를 이어가자 하반기 환율 전망을 수정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환율의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1300원대 중반까지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전망을 수정해야 될 것 같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연구위원은 "당초 유가가 70달러 밑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 환율을 1100원으로 전망했다"면서 "유가가 80달러를 넘어가게 되면 무역흑자도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환율 상승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강도 높은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환율이 1200원대가 무너지면 수출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은 1100원대에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지만 수출중소기업들은 1250원대가 적정 환율대"라면서 "1200원대 밑으로 빠지는 것은 정부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환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출현하고 있다. 박용일 DBS 이사는 "북핵 변수를 감안할 때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 불안, 달러 경색, 중공업 수주 역시 주목해야 할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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