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난상토론 벌어져

2009-06-16 16:56

한-민주당간 찬반토론 펼쳐..“미리본 6월 국회였다”
여당·정부 “금산분리·지주회사법 6월 국회서 꼭 처리돼야”..“금융 발전-신규사업 진출 막아”
야당·시민단체 “일반 지주사, 보험·증권사 등 소유 허용→사실상 금산분리 무력화”
6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 관심 집중

16일 국회에서 본지 주관으로 열린 대기업 글로벌화의 심포지엄은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시작부터 격렬한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일반 기업집단들과의 형평성 차원을 고려해 하루빨리 국회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져 개원이 늦춰지고 있는 ‘6월 임시국회’를 미리 보는 느낌이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쟁점1. 비은행지주회사 산하 비금융회사 자회사

금융지주회사법의 주요 쟁점중 하나는 비은행지주회사 산하에 비금융회사를 자회사 등으로 둠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인데다 경제력 집중 심화에 따른 폐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이같은 맥락에서 "금융-비금융의 복합그룹형태 지주회사체제의 가장 큰 이점은 자회사간 정보공유와 지주회사-자회사간 임원의 겸직 가능, 업무위탁범위 확대 등"이라며 "이를 통해 금융-비금융산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기타 주주의 이해와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비은행지주회사도 은행지주회사와 동일한 체계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에서는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비금융을 동시에 경영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추경호 금융정책국장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은행지주회사를 상정한 엄격한 규제체계로 구성돼 있어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금융지주회사(비은행지주회사)도 동일한 체계로 규제하고 있다"며 "미국 일본의 경우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비금융회사 지배 허용 등에 있어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선진국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쟁점2. 지주회사-자회사간 부실전이 문제

또 다른 문제점은 산하 자회사인 비금융회사에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런한 부실이 비은행지주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비은행지주회사 산하의 금융회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리스크 전이의 가능성은 모든 기업결합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이며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간 리스크 전이가 더 심하다는 일반적인 증거도 없다"며 "오히려 금융회사간 부실자산 이전을 통한 리스크 전이가 더욱 용이할 가능성은 있다"고 반박했다.

추 국장은 "지주회사는 출자금만큼만 인식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미줄 같은 출자구조가 부실을 더 크게 야기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오히려 자회사 부실로만 단절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의원은 "지주회사,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영한도 및 신용공여에 따른 적격담보를 확보할 의무를 배제하는 조항은 신중한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통해 보완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나 보완장치에 대한 신뢰성 및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률로 격상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쟁점3. 자회사간 개인신용정보 공유 활용 문제

앞서 대표발제에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비금융회사가 자회사가 되면 비금융회사도 개인의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국장은 "금융-비금융회사가 같이 있으면 신용정보 공유 부분이 굉장히 우려되는데 정보 공개 범위에 관해서는 법에 근거를 두고 범위는 시행령에 마련했다"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금융-비금융회사간 정보공유는 허용할 생각이 전혀 없기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은 법률에서 정해지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고 알고 있다"며 "이후 논의과정에서 법률로 정하는게 좋다고 해서 연기된 걸로"고 말해 시행령이 아닌 현재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규제의 빗장을 푸는 조치는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초래할 것이란 비판이 이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나왔다. 

반면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 집단은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면서 일반 지주회사만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쟁점1.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문제

조 의원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문제는 삼성 등 특수 기업집단들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며 "개정안은 금융자회사는 금융손자회사만, 비금융자회사는 비금융손자회사만 보유가 가능토록 하고 있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출자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금융자회사 허용에 따른 산업자본의 은행자회사 소유 논란에 대해선 "실제로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소유한도는 9%로 제한돼 있는데 이는 일반지주회사의 지분율 요건(상장 30%, 비상장 50%)을 충족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학현 경쟁정책국장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일반지주회사만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일반기업집단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도 설립 및 운영시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금융관련법의 규제를 여전히 받으므로 사금고화 우려가 증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비금융 복합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시 지주회사 내 금융-비금융을 분리해야 하므로 직접적 이해상충이나 사금고화 우려가 오히려 축소된다는 의미다.

반면 고동원 교수는 "일반기업집단인 경우에는 통합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지주회사 통합감독을 안 받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일반기업들도 통합감독을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쟁점2. 부채비율 제한(200%) 폐지

개정안의 또 다른 이슈중 하나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200%)를 폐지한 것이다. 이는 지주회사의 과도한 차입 활로를 열어줘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여건 성숙에 따라 시장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은 운용과정에서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규제 필요성이 약화된 반면 규제로 인한 기업불편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은 정부에 의한 규제보다는 금융기관 등 시장의 통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 역시 "부채관련 일시 폐지는 건전성 차원의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일부 완화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문제

이날 포럼의 핵심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은산분리)이었다. 찬성론자들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재산권이 보장돼야 하며 국제 경쟁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금산분리와 완화됐을 때 생기는 시너지가 오너 등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반영할 뿐 일반 주주의 이해와는 상충된다고 반박했다.

또 사후감시체제가 강력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은산분리의 폐해가 나타나면 일반 국민들 모두가 그 짐을 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원장은 "금산분리는 투자자 및 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경제력 집중 억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또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금산분리와 같은 사전규제는 철폐하는 대신, 경쟁 억제적 행위는 사후 규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시장만을 고려한 경제력 집중 방지책이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추 국장은 "은행의 산업자본 소유를 4%에서 10%로 조금 더 허용하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것은 EU나 일본, 미국 등에서 자본의 성격에 구분없이 10% 소유를 허용하는 것에 맞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역시 산업 자본이 은행을 무작위로 지배해 사금고화하는 폐해를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며 "개정안으로 이런 폐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금융-비금융 통합 시너지라는 게 총수나 특수관계인 등 특정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을 쉽게 만드는 것으로 기타 일반 주주의 이해와는 상충하는 여지가 높아진다"고 반박했다.

현재 금융-비금융 복합 지주회사의 시너지 효과라는 게 자회사간의 정보공유, 지주회사와 자회사 임원의 겸직 가능, 업무위탁 범위 확대 등인데 이런 것 모두가 총수의 의사결절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금융과 산업은 원칙적으로 채권자-채무자의 관계인데, 채무자(산업)가 채권자(금융)을 지배하게 되면 재벌의 사금고화와 같은 여러 폐해가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 권영준 이사장 역시 "기본적으로 은행자본은 위험 회피의 성격을, 산업자본은 위험 감수형 특성을 갖고 있어 자본의 성질이 다르다"며 "이 때문에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은행을 경영하는 산업자본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이사장은 "미국이 엔론을 파산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가 사후감독 기능이 강하냐"고 반문했고 고 교수 역시 "정부 당국이 복합 지주회사가 잘못됐을 경우 망하게 나둘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현행 감독 체제를 비판했다.

서영백·송정훈·김종원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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