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장세 이후 실적ㆍ금리 주목
상반기 주식시장을 이끌어 온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 4분기부터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증권가는 이 시기에 주목할 지표로 기업실적과 시장금리를 꼽았다.
16일 코스피는 13.27포인트(0.93%) 하락한 1399.15를 기록하며 닷새만에 1400선 아래로 되밀렸다. 유동성 장세를 앞장서 이끌었던 외국인이 연이틀 2265억원 순매도로 수급을 악화시킨 영향이 컸다.
◆기업실적ㆍ시장금리 핵심 변수=유동성 장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주가가 단기 급등으로 가격 매력을 잃은 점이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업도 대규모 자본조달로 시장에 풀렸던 자금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유동성 장세 이후 나타나는 실적 장세는 말 그대로 실적 호전을 근거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라며 "이 시기는 4분기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파트장은 "유동성 장세와 달리 실적 장세에선 주가 차별화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ITㆍ자동차와 재료를 가진 녹색 테마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선 점도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기준금리는 4개월 연속 2.0%로 묶여 있다. 하지만 연초 3.42%에 머물렀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까지 4.97%로 급등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도 같은 기간 2.46%에서 3.98%로 뛰어올랐다.
이는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부담스럽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때 금리마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뛴다면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량을 줄일 시기가 아니란 의견도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5~2007년엔 금리 인상에도 광의통화(M2)가 불어나 시장이 살아났다"며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조기 금리 인상으로 주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름세 지속 기대는 유효=상승 탄력이 떨어지겠지만 하반기에도 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전세계 증시가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고 ITㆍ자동차를 중심으로 2분기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변곡점마다 대형주가 선도주 역할을 해 왔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증가하더라도 2분기 실적이 담보된 ITㆍ자동차 종목을 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당장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재료는 없지만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시세를 낼 가능성도 있다"며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ITㆍ자동차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증시에선 미국 경기지표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제조업ㆍ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2% 넘게 급락했고 유럽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박승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지수 상승은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란 기대로 외국인이 대거 매수에 나선 덕분"이라며 "하지만 중국 내수부양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에서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완전한 선순환으로 돌아서긴 어렵다"며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하려면 미국 경기 회복이란 필요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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