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하투(夏鬪)는 끝, '과격'보다 '현실'을 봤다

2009-06-15 14:40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건이던 화물연대 파업이 15일 합의로 종결됐고, 금속노조 산하 최대 조직인 현대차 노조마저 지부장 사퇴라는 내홍을 겪으며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15일 새벽 나흘간의 집단 운송거부를 접고 생업으로 돌아갔다. 민노총 최대 동력원인 금속노조 역시 임단협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향후 일정조차 불투명해졌다.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노조 역시 이탈자들이 늘고 있다. 16일 사측이 평택공장 진입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민노총의 세 결집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 조직인 현대차 노조마저 15일 지부장이 내홍으로 사퇴를 선언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와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철도노조 등으로 이어지는 하투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로인해 민노총의 7월 총파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하투 동력 상실 원인은 ‘반발·무관심·경제위기’

현재 보건의료노조가 7월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15일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들어갔다. 오는 24∼25일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16일에는 금속노조 12차 산별중앙교섭이 예정돼 있다. 17일에는 민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7월 투쟁 일정과 집행부 직선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하투가 힘을 잃어가면서 향후 투쟁 전선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이 정치적 파업에 반발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난 데다, 경제 위기로 파업 참여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투를 이끌고 있는 민노총도 지지 세력을 잃고 있어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다. 올해에만 서울도시철도노조 등 산하 노조 12곳이 정치적 투쟁 노선에 반대하며 민노총을 탈퇴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완성차 노조와 24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나서는 보건의료노조가 다음 달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하투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홍을 겪는 현대차가 7월 총파업에 불참키로 해 금속노조의 위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계 관계자는 “쌍용차와 화물연대 파업이 위력을 잃었고, 6월 노동계 일정상 단발성 집회만 남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6월 달 하투는 끝났고 7월 총파업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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