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농축 어디까지 왔나

2009-06-13 18:07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로 맞불을 놓음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수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13일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에 불을 댕긴 파키스탄 압둘 칸 박사의 커넥션을 통해 북한은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P1형 원심분리기 20대를 제공받았고 P2형 설계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에 "시험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힌 우라늄 농축작업은 파키스탄에서 제공받은 20여대의 원심분리기의 가동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북한이 말하는 시험단계는 기술개발단계로 원심분리기의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제공받은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로부터 원심분리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150t도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2천600개 정도의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미 HEU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기지를 모두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원형과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우라늄 농축에 나설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관련 부품을 완벽하게 구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심분리기는 고속회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머레이징강이나 고강도 베어링 등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물자는 특히 수출입이 강하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외부로부터 구입도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팀장은 "중국 과학원과 북한 과학원 기계공학연구소 사이에 생물학용 초고속 원심분리기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가 있었지만 북한이 재료와 부품을 구하지 못해 중국에서 샘플을 공급했고 이마저도 실험중 폭발로 사상자가 발생해 중단된 것으로 들었다"며 "우라늄 농축보다 기술수준이 낮은 생물학용 원심분리기에서도 재료와 기술적 문제로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핵무기 확보는 북한이 국가적 명운을 걸고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방위적인 부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우라늄 농축기술 및 시설의 확보가 우리의 상상범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1개를 생산하는데는 25∼30㎏의 HEU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P1형 원심분리기의 경우에는 2천500∼3천개를, P2형 원심분리기는 1천∼1천200개를 1년간 가동하면 우라늄 원자폭탄 1개에 필요한 HEU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수입한 고강도 알루미늄 150t은 약 2천600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이를 모두 원심분리기로 만든다면 1년마다 1∼2개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 외무성의 성명은 실험실 규모일지라도 실제로 원심분리기를 가동해서 농축할 능력이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이 농축기술을 확보했음을 선언한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간 대화가 늦춰질수록 시간은 오히려 북한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는 실험실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이 대규모 플랜트를 갖추고 HEU를 생산하면서 무기로 전용한다면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6년간 펼쳐온 대북무시정책이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현실화한 만큼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막아야 할 것이라는 충고가 나온다.

장 실장은 "시험단계라는 북한의 언급으로 봤을 때, 이란과 같은 대규모의 우라늄 농축공장을 건설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어서 북한이 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HEU를 대규모로 생산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해결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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