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19개 '불공정 계약' 적발
공정위,사생활 침해 등 노예계약 여전···대책 마련 시급
연예인 노예계약 실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유재석 강호동 빅뱅 이준기 등 대형 스타급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19곳의 전속계약서에서 불공정 약관이 적발됐다.
1곳은 아예 전속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5월 두달간 상위 10~30위권의 연예기획사 20곳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실태가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획사의 과도한 연예인 사생활 침해 등 8개 유형에서 총 91개 불공정 계약조항이 확인됐다.
계약에 따라 연예인은 휴대폰으로 항상 자신의 위치를 소속사에 알리거나 출국할 경우에는 소속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또 연예인의 모든 계약은 소속사가 통제했다.
연예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라면 소속사가 연예인에게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연예기획사는 연예인의 서약서와 도장, 그와 관련된 서류 일체까지도 소속사에 제출토록 했다.
연예활동을 그만둘 각오가 아니라면 부득이한 사정이 있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반면 기획사의 홍보활동에는 무상으로 출연해야만 했다.
한철수 공정위는 시장감시국장은 "19개사 소속 연예인 230명의 전속계약서 모두에 1건 이상의 불공정 조항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기획사는 다음달 20일까지 자진시정(13개사) 하거나 6월중 제정될 표준약관을 도입(6개사)키로 했다.
공정위는 해당기한까지 이행결과를 점검, 불성실하게 이행한 업체는 직권 시정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시정조치만으로는 연예기획사에 만연하고 있는 연예인 '노예계약'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상위 10위권의 연예기획사 불공정 약관 실태를 1차로 적발해 이미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이 때 "노예계약 조항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연예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시정돼 앞으로 연예인의 권익보호 등 공정한 계약관행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5~6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업계 10~30위권 대부분이 불공정 계약 행태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연예기획사는 총 400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에도 연예기획사 소속 단체들이 표준약관 심사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직권조사 등을 행하지 않고 자진시정 조치만 취했다.
한 국장은 "표준약관이 제정돼 공식화가 되면 연예인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표준약관이 '도덕적 압력'에 그친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서 자체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관련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와 더불어 계약서 상에 없는 소속사의 부당한 요구를 방지할 수 방안은 현실적으로 전무한 상황이다.
장자연씨 죽음을 계기로 연예계 계약 실태 조사에 나선 공정위 역시 "술자리 접대강요라든지 성 강요 등 계약서 조항이 아닌 기획사의 사실상의 우월적인 힘을 남용해서 강요한 것"이라며 이번 불공정 계약서 조사에서 해당 연예기획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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