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금융시스템 안정 조짐…美경기바닥론 탄력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돼 온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되면서 경기 바닥론이 재차 힘을 얻고 있다. 미 금융권의 공적 자금 상환 규모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다.
◇고용감소 둔화…실업률은 부담=미 노동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34만5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76명의 전망치(52만명) 역시 크게 밑도는 수치다. 기업들의 감원 속도와 폭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앞서 발표했던 4월 비농업부문 고용 규모도 당초 53만9000명에서 50만4000명으로 축소 조정했다. 3월 감원 규모도 당초보다 4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수정했다.
나리만 베라베시 글로벌인사이트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후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여전히 취약하지만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치솟고 있는 실업률은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9.4%로 전월 8.9%에서 0.5%포인트 올랐다. 25년래 최고치로 월가 예상치는 9~9.4%였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2월 이후 미국에서는 모두 6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데이비드 맬파스 엔시마글로벌 대표는 "고용 감소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치솟고 있는 실업률이 미국인들의 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은 더디게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약 200만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이 연내 10%에 도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고용이 보통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도 기업들이 당분간 고용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금융시스템도 안정 기미=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의 자금 상환 가능액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번주 공적자금 상환 가능 은행의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공적자금 상환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25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이 충분하다고 진단된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9개 은행들이 모든 공적자금을 상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처드 보브 로치데일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공적자금을 상환하면 관련 이자 비용이 사라져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들은 규제당국의 지원 아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고 필요 이상의 자본을 축적했기 때문에 '황금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상환하더라도 은행들은 당분간 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들의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워런트를 재매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상을 벌여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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