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보험산업 발전 위해 GA 선진화 절실

2009-06-17 10:04

몇 년 전 보험산업은 방카슈랑스를 놓고 일대 홍역을 치룬 적이 있었다. 은행 대출과 연계된 보험 불완전판매,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보험사의 부담 강요, 설계사의 수익 기반 상실 등을 내세워 보험산업은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강력한 방카슈랑스 규제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김재현 상명대 교수
 
당시 특히 대형 보험회사들 사이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보험의 제조와 판매에 대한 장악력이 일시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었다.

그런데 최근 보험산업 내부로부터 중요한 제판분리의 움직임이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바로 GA(General Agent)라고 불리는 보험대리점이다.

GA는 일반적으로 외자계보험사의 영업전문가들이나 국내 보험사의 퇴직임원들이 설립한 독립적인 보험대리점을 의미한다. GA는 기존 대리점과 달리 보험회사에 전속되어 있지 않으며, 대형화와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소속된 사용인이 50명 이상인 대형 GA의 경우 매출력을 앞세워 보험회사와 대등하거나 우월적 위치에서 수수료나 상품협상을 하고 있는데, 중소형 생보사를 능가하는 매출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작년 초 GA는 생보사 전체 월납 초회보험료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추세라면 2012년에는 전체 생명보험 매출의 25% 이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GA는 보험산업에서 제판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향후 금융판매전문회사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험을 뛰어넘어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석권할 판매채널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의 경우 전체 금융시장 상품 가운데 고객에게 최상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독립적인 금융중개업자인 IFA가 생명보험, 연금, 투자상품의 판매를 석권하고 있다.

이렇듯 GA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존 대면채널의 비전문성이나 구태의연한 판매방식에 식상한 탓도 있겠으나, 젊은 영업인력의 창업의지 및 독립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욕이 지나치면 과욕을 부르는 법, 눈앞에 이익만을 쫓는 GA소속 영업인력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계가 늘고 있다.

예컨대 보험 판매수수료를 일시에 모두 수령하는 수수료 선지급제도를 악용하여 대리점을 빈번하게 옮겨 다니며 수수료만 챙기는 일부 영업인력 때문에 불완전판매나 고아계약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 7위 규모의 우리 생명보험산업이 15만명이 넘는 저효율 고비용 대면채널과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MDRT(백만불원탁회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대형할인매장의 등장에서 보듯이 제판분리로 인한 과실이 일부라도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GA란 새로운 채널에서 보험회사와 판매채널간의 수익구조 변화만 일어날 뿐 소비자의 이익이 배제되거나 피해를 입는다면, 결국 소비자의 외면 속에 또 다른 보험산업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GA가 보험 판매채널이 선진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보험산업의 노력이 필요하며 정책감독 당국에서도 건전한 제도 정착을 위해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김재현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