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서거]미리 보는 '국민장'

2009-05-28 19:32

날이 채 밝아오기 전인 새벽 5시 봉하마을회관. 태극기를 감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를 담은 관 앞에 유가족인 권양숙 여사, 건평씨, 건호씨, 정연씨 등이 나란히 섰다.

가문 전통대로 장남 건호씨가 향을 피운 후 술잔을 올리고 2번의 절을 한다. 이어 장례전문가인 이홍경씨가 대축독축을 낭독한 뒤 유가족 전체가 절을 올린다.

30여분 후 발인식이 끝나자 4명의 발인병들이 관을 특별장식이 달린 운구차량(검은색 캐딜락)에 싣는다. 출발하기 전 상주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전을 들고 사저와 생가를 돈다.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참여정부 인사들, 마을 주민들이 엄숙히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숨죽인 흐느낌도 들려온다.

그렇게 출발한 운구행렬. 경찰 선도차가 앞장서고 영정ㆍ훈장차, 영구차, 유족차량, 장의위원회 차량이 뒤따른다. 영구차는 고인이 13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운전을 도맡은 최영씨가 몬다.


이동 경로는 동차원 IC - 중부내륙고속도로 - 창원 상주간 고속도로 - 양재 IC 순이다. 

그렇게 400km를 달린 끝에 오전 11시 영결식 장소인 경복궁 흥례문 앞뜰에 도착했다. 영구차가 식장으로 들어오자 군악대의 조악(弔樂)이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이명박 대령령 등 정ㆍ관계 주요 인사 비롯한 2500여명의 조문객들은 모두 일어나 목례로 맞았다.

우선 국민의례, 고인에 대한 묵념, 고인 약력보고, 한승수, 한명숙 등 전.현 총리로 구성된 공동 장의위원장들의 조사를 거친다. 이어 고인이 생전 인연을 맺었던 각 종교계 인사 주관으로 불교, 기독교, 천주교 순으로 의식이 치러진다.

영결식 대형스크린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이를 지켜본 일부 국민들은 눈물을 찍어낸다.

유가족들과 주요인사들의 헌화식을 거치면 추모공연이 시작된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국립혼성합창단이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좋아했던 '상록수'를 합창하고 방은일 씨가 '아리랑'과 '아침이슬'을 편곡한 해금연주를 한다.

그렇게 영결식은 조총 21발의 총성이 울려퍼지며 마무리 된다.

이후 운구 행렬은 서울광장으로 이동, 오후 1시부터 약 30분간 조시와 진혼무 등 노제를 지낸다. 만장 1000여개가 뒤따르는 가운데 서울역까지 30분간 도보로 이동하게 된다. 수많은 시민들이 태극기와 노란리본을 흔들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

오후 3시가 되자 운구행렬은 수원 화장터로 이동, 운구 - 분양 - 종교행사 순서로 화장식을 치르면서 사실상 국민장을 마치게 된다.

이후 유가족 주도로 화장된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오후 9시께 봉하마을로 돌아온다. 건호씨 손에 들린 유해는 고인이 투신한 봉화산의 정토원 법당에 임시로 안치된다. 

김해= 김종원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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