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투자외면 유보율 950% 육박

2009-05-21 14:27

대기업이 규제 완화에도 투자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정부가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자본금 대비 유보율이 10배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과 재계,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그룹 계열 65개 상장사는 3월 말 기준 유보율이 945.54%로 1년 전보다 60.80%포인트 상승했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유보율은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로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 두고 있는 지를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10대그룹 계열 상장사가 보유한 자본금은 24조64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0.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잉여금은 233조698억원으로 6.59%나 늘었다.

대기업이 번 돈을 투자하지 않고 유보한 탓에 자본금 대비 잉여금이 10배 가까이 쌓인 것이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코로 무려 5782.94%에 달했다.

이어 현대중공업(1906.88%), 삼성(1659.57%), SK(1548.89%), 롯데(1316.70%) 현대차(665.57%), GS(592.54%), 한진(506.60%), LG(425.18%), 금호아시아나(214.32%) 순으로 높았다.

10대그룹 유보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04년 말 600%를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700%, 작년 말 948.21%까지 뛰어올랐다.

대기업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경제위기를 버틸 체력이 탄탄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실제 작년 경기침체 심화로 올해 1분기 10대그룹은 전년동기대비 63.61% 격감한 순이익을 냈고 이 때문에 유보율도 2.67%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경기회복과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유보율을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는 것은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대기업이 투자를 꺼리면서 작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0%를 기록했다.

2003년(-1.2%) 이후  5년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액도 17조70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1% 급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대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지 못한 것은 동유럽 위기설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 감소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IT, 자동차, 철강, 조선을 포함한 국내 대표업종이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가 계속 위축될 경우 기업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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