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횡포에 대해 보험가입자들이 집단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의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한 116명의 계약자들이 부당한 약관 변경을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원고측은 알리안츠가 지난 4월부터 약관대출 규정을 변경하고 이전 계약자들에게까지 소급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고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상선에 따르면 알리안츠는 2년전 해약환급금의 50% 범위 내에서 월 횟수에 관계없이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올초 기습적으로 약관대출 방법을 변경했다.

문제는 지난 4월부터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변경된 약관을 소급 적용하고 있다는 것.

구체적인 사업방법서 변경 내용은 월 대출한도를 2000만원으로 한정하고 약관대출 횟수도 월 1회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변경 전 2억원을 변액보험에 예치한 고객의 경우 해약환급금이 1억5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50%에 해당하는 7500만원을 월 횟수에 관계없이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월 1회에 한해 2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약관에서 규정한 약관대출을 이용해 지난해 증시 약세에 따른 예탁재산의 손실을 보전하려던 보험계약자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험회사의 처분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김씨(31세)는 "사전 공지도 없이 약관을 마음대로 변경해놓고 기존 가입 고객에도 변경된 약관을 따르라는 것은 보험사의 횡포"라며 "법적인 대응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알리안츠의 이같은 행태는 불법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보통약관에서 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약관대출 방법 변경은 보험사 임의대로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변경된 약관을 변경 전에 체결된 보험계약에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기업보험이 아닌 일반 가계성보험에 대한 상법의 보험계약자 등 불이익 변경금지(제663조 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위반되는 것이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과 제10조 1호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에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 행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알리안츠 측은 약관대출과 관련된 사업방법을 변경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안츠 관계자는 "지나치게 빈번한 입출금 문제로 펀드 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업계의 관행적으로 이뤄진 조치"라면서 "이른바 얌체족으로 불리는 가입자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약관변경이 아닌 약관대출에 대한 서비스 변경"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알리안츠를 상대로 한 이번 집단소송에 대해 소송에 참여한 원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알리안츠의 변액보험에 가입한 전체 보험계약자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약관 변경 내용은 원칙적으로 신계약부터 적용하는 것이 맞다"면서 "보험계약은 사적계약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가입 당시 약관의 내용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는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과 함께 약관대출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약관대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약관대출이란 본질적으로 보험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 가입자들에게 이자를 안주는 대신 인출을 해서 쓰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약관대출 제도에도 유니버셜의 기능을 줘서 이자 부담이 없는 인출의 개념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면서 "이처럼 제도가 개선되면 이자만 2조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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