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대기업, 비핵심 계열사 내놔라"

2009-05-14 08:16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13일 "재무상태가 안 좋아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기업 그룹들은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사모주식펀드(PEF)를 이용해 대기업들이 내놓은 계열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민 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관적이던 경제지표들이 점차 개선되자 구조조정을 고려하던 대기업들이 계열사 처분을 미루고 있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미루면 재무구조 개선이 미흡한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야 한다"며 "비핵심 계열사를 완전 계열분리하고 산업은행의 PEF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민 행장은 "대기업들이 넘긴 계열사들은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얹어서 인수한 후 3~5년이 지나 시장이 회복되면 높은 가격에 팔아 남긴 차익도 돌려주고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핵심 계열사를 잠시 산업은행에 맡겨 재무구조를 개선시킨다고 생각해달라"며 "나중에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하면 인수합병(M&A) 시도를 할 수 있고, 매각한 계열사도 판 가격에 약간의 비용만 얹어 되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GM대우자동차에 대해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GM본사가 장기 성장과 안정 보장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요청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풋백옵션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것"이며 "현대종합상사와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여건이 개선되면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또 "민영화를 위한 지분 매각 이전에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 은행 인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지주회사의 글로벌 전략에 도움이 된다면 타 은행 인수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며 "해외 M&A을 추진하려면 차입금만으로는 어려워 2~3년 내에 국내와 해외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해외에 진출해 도로건설 등의 사업을 지원하려면 현지에서 원화가 아닌 다른 통화의 수신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건이 되면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의 은행을 모두 인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까지 20대 글로벌 CIB(기업금융투자은행) 도약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스, 기업구조조정, 사모주식펀드(PEF) 등의 금융산업 수출을 추진하겠다"며 "우선 아시아에서 금융네트워크를 만든 뒤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미주,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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