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과잉 일단 경고 메시지
경기상황상 통화긴축 등 곤란..환수에 부정적
정부가 부동산과 증권시장으로 유동성이 급속히 이동하는 데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유동성 환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시장에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경기상황상 통화 긴축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속내 때문으로 분석된다.
7일 정부는 현 경제상황 평가에서 "단기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고 일부 자금은 부동산과 증시로 이동하는 등 과잉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후 처음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과잉 유동성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정부의 각 기관들이 일제히 유동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부 등에서 유동성 관련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의 회복강도가 여전히 약하고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경기회복을 자신할 수 없는 반면에 부동산과 증시 부문 등 자산부문은 단기적 급등 현상을 우려할 만큼 이상 과열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국내증시는 외국인의 1500억원이 넘는 순매수 속에 1400포인트가 넘으면서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직전 저점이었던 지난해 10월24일 938.75에 비하면 50%를 육박하는 상승세다.
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2006년 최고 가격 수준까지 거의 회복되는 등 부동산 시장도 기지개를 펴며 본격적인 활황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가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까지 다가갔다.
그러나 정부는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조처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윤 국장은 "과잉유동성 우려는 시장에서 제기됐다는 것이고 정부가 과잉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이어 "현재 경기여건 감안했을 때 환수 논할 단계가 아니다"며 "단지 자금시장 등을 포함해서 유동성이 생산쪽으로 흐르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시중 유동성을 걱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부정적인 것은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된다고 확신할 수 없어 유동성 흡수를 섣불리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경제상황 평가에서 과잉 유동성을 지적했으면서도 향후 대응방향에서는 예산의 조기집행과 차질없는 추경집행을 강조하고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시중 유동성 불안에도 내년 이후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010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강력한 세출구조조정으로 재정적자 폭을 줄이려고 한다"는 입장보다도 더 후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돌발적인 외부변수가 발생하지 않아 정부 전망대로 내년 4% 성장이 가능하면 내년부터 재정건전성에 무게를 두고 정책 기조를 펼 것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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