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표 안정권 진입, 위기설 '안녕?'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요동쳤던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선진 자본시장이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락하는 등 우리나라 역시 신용도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평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기준 213bp까지 하락했다.
100bp는 1%포인트로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10월 초 200bp 초반을 기록한 뒤 최저 수준이다.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316bp까지 상승한 바 있다.
CDS는 채권 부도를 보상해주는 파생 금융상품으로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부도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한다.
리먼 사태 이전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100bp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10월 말에는 700bp에 육박했다.
2014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 역시 지난 1일 351bp로 낮아졌다. 이 금리는 지난달 9일에는 400bp를 기록했다.
국가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은행권의 신용위험도 큰 폭 낮아졌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5년 만기 외화채권 CDS프리미엄은 지난 5일 280bp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800bp 중반까지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신한은행과 우리·하나은행의 CDS프리미엄 역시 300bp 초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데다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수준의 흑자를 낸 것이 국내 금융시장의 빠른 안정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은행권의 대외채무 만기연장률 역시 호전되면서 올초까지 이어졌던 금융권 위기설도 힘을 잃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씨티와 SC제일은행을 뺀 국내 16개 은행의 만기 1년 미만 대외채무의 만기연장률은 지난달 110.8%를 기록하면서 리먼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해 10월 만기 1년 미만 대외채무의 연장률은 39.9%까지 추락한 뒤 12월에는 60.7%, 3월에는 100.6%를 기록했다.
시장 상황이 크게 호전되면서 올초까지만 해도 기대하기 힘들었던 은행권의 외화차입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자체 신용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coverde bond)를 발행했다.
커버드본드란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자산을 담보로 담보자산에서 발행하는 현금흐름을 유동화한 증권이다.
국민은행의 이번 커버드본드 발행 성공은 아시아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 주문만 발행규모의 6배에 달하는 60억달러가 몰렸다.
류 본부장은 "현재 외화수급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 "유동성과 관련한 우려는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선반영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앞서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제의 먹구름이 걷혔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일부에서 일고 있는 V자형 회복론 역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증시가 랠리를 펼치고 있고 외환시장 역시 빠르게 안정되고 있지만 문제는 내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까지 개선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의 효과가 계속해서 지속될 수 없는 만큼 내년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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