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청, 인사비리의 온상

2009-05-06 16:26

관악구청 인사 담당자들이 청탁을 받고 승진 점수를 조작하거나 500만~1000만원을 받고 승진 순위를 높여주는 등 인사비리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의 취약분야 비리점검 감사결과를 공개, 관악구청 인사비리 관련자 등 1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공무원 29명에 대해선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악구청장 친척으로 2006년 관악구청으로 전입한 6급 직원 A씨(감사담당관실 전 조사계장)는 구청장의 지시로 인사에 개입했다.

A씨는 인사 때마다 5~10명씩 6급 주요 보직에 임명될 사람의 명단을 적어주는 수법으로 인사담당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A씨는 7급 주사보 2명의 승진을 보류하도록 했고 이에 구청장 고교동창인 5급 B씨(전 총무과장)는 근무성적 평정점수를 조작해 해당주사보를 승진명단에서 탈락시켰다.

A씨는 또 지난해 1월 자신의 근무성적 평점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나도 승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B씨에게 말했고 B씨는 A씨의 평정순위를 6급 전 직원 131명 가운데 4위가 되도록 조작했다.

아울러 A씨는 2007년 12월 5급 승진후보자에게 "서열 순서대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압력을 행사, 후보자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또 2008년 2월에도 5급 승진후보자에게 "서열이 빠르다고 승진하는 것이 아니다. 가을에나 승진하라"고 말하며 손가락 1개를 보여주는 등 승진 대가로 돈을 요구했고 같은 달 후보자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

B씨도 2007년 상반기 자신의 근무성적 평정표와 승진대상자 근무성적표를 조작했고 인사담당자 C씨는 2007년 1월 전 구청장 비서출신인 7급 직원을 승진대상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승진서열 명부를 조작했다.

심지어 공무원이 아닌 카센터 업주가 돈을 받고 관악구 인사에 관여한 사실도 적발됐다.

카센터 업주 D씨는 동방위협의회 위원인 E씨에게 "구청장과는 보험업을 하면서 알게 돼 친분이 두텁고 내가 힘을 쓰면 승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친분을 과시한 뒤 작년 1월 E씨로부터 승진청탁 대가로 500만원을 받았다. 실제로 E씨는 작년 7월 5급으로 승진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관악구청장이 5급 승진내정자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는 감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현재 관악구청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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