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미래 경영 시나리오

2009-04-29 11:05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의 주요 특징으로 가속화와 탈동시화를 꼽았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회장,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비롯한 전 세계 정상들이 머리를 맞댔다. 다보스 포럼과 G20회의에서 ‘세계질서의 재편’이라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위기 이후 세계: 다보스 리포트’의 저자 박봉권은 포럼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글로벌 경제 전망은 암울했지만 전례 없는 위기는 이전에 보지 못한 혁신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 주는 토대가 된다”

10년 후: 늙은 서구에서 아시아나이제이션으로

유엔미래보고서 한국판에서는 세계 NGO들을 주축으로 한 2009년 이후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본 보고서를 내놓았다. 

금융 파생상품이 가져온 세계적 경제 위기 여파는 미국식 금융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L자형 장기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별 무리 없이 고개를 든다.

소련 공산주의 몰락을 예견한 바 있는 ‘뉴 골든 에이지’의 저자 라비 바트라는 “전 세계의 혼란을 가져온 세계적인 불황이 지나면 미국식 독점 자본주의 질서는 해체할 것이다”고 경고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의 주류 경제 원리인 ‘번영은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한 방울씩 젖어든다’는 이른바 적하경제학이다. 이는 소득과 부의 불균형적 분배를 야기해 빈부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미국의 경제 사상과 이론들이 지구촌의 정책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의 재분배에 있어 심대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주기 분석을 토대로 한 예측을 통해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인플레이션 주기와 통화 증가율, 불황의 주기 속에 스테그플레이션의 맹렬한 기세는 독점 자본주의의 몰락을 촉발하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소련을 추락시킨  것에 비유한다.

새로 쓰는 경영 시나리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불황을 넘어서’를 통해 변화된 경제의 주요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제3의 물결 이후 경제와 사회가 움직이는 속도는 전례 보다 훨씬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가속화와 탈동시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변화의 정도가 예측보다 훨씬 빨리 전개되는 상황은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 대응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늦었음을 의미한다. 기업에 도래할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위험관리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의 저자 김종구는 기업의 미래 활동에서 ‘전사적 위험관리’를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꼽는다. 이 관리체계는 위험관리조직, 전문 인력, 핵심 프로세스, 내부규정 등을 포함하는 조직 문화가 완성도 있게 형성돼야만 가능해진다.

지금과 같이 위험을 인수하는 운용부서에서만 위기를 관리하도록 한다면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 요소까지 통제하기는 어려워진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특수한 지정학적 상황은 별도의 위험관리 대책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가 경제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외 신용도를 평가함에 있어 북한리스크는 위험 요인을 분산시키거나 집중시키는 요소가 된다.

2000년 이후 주식시장이 붕괴되자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리스펀은 연방기금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처방책을 썼다. 이자율의 급락은 주택가격의 거품을 불러 일으켜 지금의 경제 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펀도 이런 상황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는 작은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문제를 가볍게 넘기고 말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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