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행복지수
2009-04-22 10:58
박성택 예술의 전당 사무처장
언젠가 언론 지면을 통해 접한 내용이다. 지구상에서 방글라데시라는 국가의 국민의 행복 지수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내용이었다.
그 나라는 국민소득이 매우 낮은 지구상 몇 안 되는 빈국 중 하나이다. 그들은 우리만큼 교육 수준이나 열의도 높지 않았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지구상 어느 나라들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외부세계와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가치관을 추구하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의 덴마크, 캐나다, 룩셈부르크 등 몇몇 경제선진국 국민들도 높은 행복지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종교와 예술을 중심으로 한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도 이들과 같이 행복지수를 높일 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각종 문화예술시설이 그것인데 지방정부에서 공연장과 전시장 등 각종문화 시설을 설립하고 지역주민을 위해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그저 우리나라 근대사를 장식하던 역사적인 건물 몇 개를 개조해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남북 간의 경쟁에서 이기고 정치이념 전파를 위하여 대극장 몇 개를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예술의전당의 개관이야말로 우리나라에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놀랄만한 신호탄이었다.
모든 장르의 예술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복합문화단지에 예술장르별로 특화된 전용 공연장과 전시장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그 후 순차적으로 미술관과 자료관, 오페라극장을 개관하였고, 그 다음해에는 개관 1주년 축하를 위해 전국에 있는 모든 교향악단이 한자리에 모여 클래식음악을 중심으로 축제를 펼쳤다. 이것이 교향악축제의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그 성공이 불투명했지만 교향악축제는 지난 2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예술을 즐기는 국민임을 증명해주는 기록들을 남기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올해만 하더라도 3만 명의 관람객이 교향악축제의 선율과 함께 했으며, 지금까지 교향악축제를 통해 무대에 오른 교향악단이 324개였고 협연자만 457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20%정도의 관객이 증가하기도 하였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가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는 이러한 기록만을 참고하더라도 단박에 알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문화에 끼친 영향은 단순히 기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국가의 문화발전을 가늠할 때 교향악운동은 그 나라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교향악축제는 우리나라를 문화국가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교향악을 주제로 한 축제가 한해도 빠짐없이 20년을 이어져 내려져 오는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특히 교향악의 본 고장인 서구가 아닌 아시아에서 세워진 이러한 전통은 우리나라가 21세기 동북아의 문화허브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잠재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비옥한 문화환경을 갖는다는 것은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사회가 안정되어 특별한 직간접비용 없이 다양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향악축제와 예술의 힘이 보여준 결과는 우리 삶에서 왜 예술이 필요한지를 설명해 주는 증거이다. 과학도 그러하지만 예술도 마찬가지로 기초예술이나 순수예술이 발달해야 주변 예술도 발전할 수 있다. 즉 어느 분야나 기본이 잘 돼 있어야 다양하고 내실 있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교향악축제는 교향악이라는 기초예술 발전을 통해 이 땅에 다양하고 싱그러운 예술이라는 나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난 20년 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동안 간과했던 교향악축제가 만들어 낸 믿기 힘든 기록은 앞으로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고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