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선진화...누구를 위한 개혁?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사례가 적발되면 경영진에 대한 해임 요구권을 적극 행사키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공공기관 경영 압박 및 구조조정 충성 경쟁 우려를 표하며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18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그간의 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나 책임감 부족, 노사합의를 빙자한 탈법적 노사관계에서 주로 비롯됐다"면서 경영진에 대한 해임요구권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근거로 지난해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개선 실태 감사결과’를 내세우고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은 민간 상장법인의 69%에 불과하고 노동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1인당 인건비는 34% 증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비해 각각 1.2배, 2배 이상 높았으며 오히려 급여는 더 많이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공공기관의 선진화계획 이행실태 및 탈법적 노사협약 실태 등을 내세운 정부의 특별감사는 오히려 공공기관의 노조활동 위축, 경영압박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973년 전문개정된 감사원법 32조 제9항에 따르면 감사원은 법령 또는 소속단체 등이 정한 문책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 단체 등의 책임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경영진 해임요구권의 사례로 지난해 논란이 됐던 정연주 한국방송(KBS) 사장의 사례를 들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해 방만경영과 인사전횡 등의 이유를 들어 해임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는 식의 해임요구가 감사원법 32조9항에서 해임요구 사유로 규정한 ‘현저한 비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김갑배 전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비위라는 것은 경영상의 과오라든가 하는 부분은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적자가 늘었다거나 인사 행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등의 평가는 결정의 근거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의 방만 경영 등을 내세운 공기업 감사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표적감사이자 노조활동에 대한 직접 개입까지 서슴지 않는 초법적 감사”라며 “기관장들로 하여금 정치적 외압에 민감하게 만드는 한편, 정권 차원의 단기적 정책목표 달성에 몰두하게 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또 ‘노사관계 과락제’를 도입해 공공기관 평가 때 노사관계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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