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많고 빚이 적은 가계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대입을 앞둔 가계는 부채가 늘어도 사교육비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계 재무구조와 사교육비 지출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중3 자녀를 둔 가계의 자산이 1억원 증가할 경우 사교육비는 월평균 1만8000원 증가했다. 반대로 부채가 1억원이 늘면 월평균 사교육비는 1만1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졌다.

총가계지출에서의 사교육비 비중도 자산 1억원 증가시 0.5%포인트 늘어나고 부채가 1억원 증가하면 1.3%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부채가 많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현상은 중소득층에서 주로 나타났다.

반면 대입을 앞둔 자녀를 가진 가계는 부채가 늘어도 사교육비를 확대했다.

고2 자녀를 둔 가계는 부채가 1억원 늘어나도 사교육비가 월평균 9000원 증가해 중3 자녀를 둔 가계와 대비를 이뤘다.

부채 증가에도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것은 저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찬영 한은 경제제도연구실 과장은 "부채가 사교육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중3 시기에는 부(-)의 관계에서 고2 시기에는 정(＋)의 관계로 전환됐다"며 "이는 대학 진학 시점이 가까울수록 부채를 감수한 사교육비 지출이 이뤄진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타 독립변수가 같은 경우에는 모친의 학력이 높으면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2 자녀를 둔 가계의 경우 어머니가 중졸 이하 학력인 경우 고졸 학력인 가계보다 월평균 12만원 적게 지출했고, 대졸 이상 학력인 가계는 고졸 학력 가계보다 23만원 더 많이 사교육비를 썼다.

읍·면에 거주하는 가계를 기준으로 할 때는 광역시 거주 가계가 9만원, 서울 거주 가계가 31만원씩 지출을 늘려 사교육비 지출은 도시의 규모와 비례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하는 '한국 교육 고용 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4년 중3 자녀를 둔 가계와 이들이 고2가 되는 2006년 자료를 분석, 비교해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초·중·고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사교육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도 각각 주당 7.6시간, 월평균 31만원에 달했다.

가계의 교육비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57.4%에서 2008년 63.3%로 확대됐으며 교육비가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8.2%에서 9.3%로 증가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