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상반기가 상투?
코스피가 상반기 고점에 이른 뒤 하반기 들어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당초 하반기로 갈수록 지수가 오를 것으로 점쳤던 입장을 뒤바꾼 것으로 각국 경기부양으로 예상보다 일찍 유동성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연초부터 이날까지 1124.47에서 1262.07로 무려 137.60포인트(12.18%) 급등했다. 이 기간 개인과 기관은 1조5885억원과 6413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한 데 비해 외국인은 1조9584억원 순매수하며 유동성장을 앞당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상저하고→상고하저 반전=코스피가 연일 급등하자 증권가에선 연중 증시 전망이 상저하고에서 상고하저로 연달아 수정되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고 거시경제지표도 바닥을 지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증시가 오르고 있다"며 "3분기 초에나 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였으나 상반기에 지수가 가장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수 급등에는 작년 같은 기간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기업실적이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전망된 점 역시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 강세장이 또 오더라도 상반기에 못 미칠 것이란 이야기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바닥에 대한 기대로 시작된 이번 랠리는 늦어도 이달 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에 잘하면 랠리가 한 번 더 있을 수 있지만 상반기보다는 상승 강도가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남보다 앞서 상고하저 전망을 내놨던 일부 증권사는 지수 급등을 반기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예상대로 각국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달러 약세를 불러 왔다"며 "특히 이머징마켓 가운데 코스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 하반기 주가 발목=하반기로 갈수록 코스피가 상승 탄력을 잃을 것이란 판단에는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1300선에 진입하면 수직상승을 하기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상승 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하반기엔 인플레이션 우려가 유동성 회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반기에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면서 코스피도 당초 전망을 앞질러 뛰고 있다"며 "각국이 공격적인 경기부양을 펼친 결과로 하반기에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급등한다면 지수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가속되고 있는 만큼 기업 도산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40이 넘어가면서 오버슈팅하기 시작한 이번 베어마켓 랠리는 최고 1540까지 갔다가 2분기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도산 리스크가 부각돼 증시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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