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 GM대우, 화려한 모터쇼 벌여 '눈총'

2009-04-05 18:45

   
 
지난 2일 인기그룹 '소녀시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GM대우 제공

-전시부스 임대에 5억 쏟아 부어..'소녀시대' 초청까지

모기업 GM의 파산 위기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1조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GM대우가 ‘2009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외 참가 업체 중 가장 화려한 행사를 펼쳐 눈총을 사고 있다.

공식 개막에 앞서 지난 2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모터쇼 행사에서 GM대우는 차세대 마티즈와 함께 인기 그룹 ‘소녀시대’를 ‘깜짝’ 등장시켰다. 이로 인해 취재진은 물론 참석자 대부분이 한꺼번에 몰렸고, 마티즈는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최대의 홍보 효과를 얻은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GM대우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MC몽을 초대한데 이어 박정현의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채권은행에 추가 자금을 요청한 GM대우의 도를 넘은 화려한 행사는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자금이 없어서 임금을 삭감하는 상황이라더니 (소녀시대를 초청한 걸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며 쓴 소리를 했다. 소녀시대는 행사당 대략 15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 GM대우는 모기업 파산 위기와 유동성 악화에 대해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소녀시대로 인해 함박웃음을 짓던 회사 임원진들이 한 시간도 안 돼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마주 않았다. 웃다 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올해 2분기 유동성이 걱정된다며 현금흐름을 면밀히 파악해 나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조업과 근무시간을 줄이고 임원 상여금을 반납하고, 서울시내 일부 정비소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원한 이야기지만 ‘자금 지원을 위해 산은과 협의 중에 있고,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도 이야기 했다.

돈 줄이 말라 힘들고 어려운 처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GM대우는 지난해 8월 임단협 당시 노조와 12월까지 완납을 약속했던 보너스도 돈이 없어 지난달 말에야 겨우 지급할 정도로 심각하다.

GM대우의 전시 규모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세 번째로 넓은 2700㎡를 차지했다. ㎡당 19만원 가량이니 모두 5억1300만원 정도를 전시 부스 대여에 쓴 셈이다. 행사장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합하면 수십억 대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관측.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5일 “GM대우의 행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어렵다는 게 맞는 말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수많은 차들이 나오는 모터쇼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깜짝 이벤트가 필요하다.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를 많이 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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