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정국 민생국회 또 발목 잡나
2009-04-02 15:37
정치권 검찰 수사에만 촉각…야권, 대여투쟁 격화
추경, 비정규직 법 등 민생법안 또다시 제자리로
‘박연차 리스트’ 쓰나미가 여의도 정가에 불어 닥치면서 검찰의 수사 향배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내 PK(부산·경남) 지역 출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민주당 친노(친노무현)계 의원들이 구속 및 소환이 현실화되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표적사정, 공안정국 음모 등을 외치며 맹성토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박연차 리스트’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정치 쟁점화할 태세여서 경제국회를 표방한 4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발목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정치권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박진, 서갑원, 이광재 의원 등 이미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 외에도 허태열, 권경석 의원의 이름이 이미 거론됐고 한나라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과 또 다른 K의원, 민주당 B의원 등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허태열 의원도 의혹 연루와 관련, “생사람 잡는 일을 장기간 자행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지난 30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검찰수사를 정권의 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대여 전면투쟁을 선언했다. 오는 6일부터 시작될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박연차 리스트 특검 및 국정조사 개최를 촉구하면서 대여 투쟁의 고삐를 죌 계획이다.
특히 여야간 현격한 규모 차이를 보이고 있는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간 첨예한 입법전쟁 기미를 보이고 있어 4월 임시국회도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문제는 박연차 리스트에서 촉발한 사정정국이 장기화됨에 따라 최대 현안인 경제살리기나 민생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생 관련 법안 처리에 급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추경 처리를 비롯, 비정규직 개정안, 한미FTA 비준안 등 경제법안이 사정정국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로 묻혀질 가능성이 높다.
고원 상지대 교수는 “정치권이 경제나 민생문제보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을 가지면서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으로 민심을 얻어야 할 시점에 정쟁으로 4월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지나 않을 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