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서 GA '끗발' 세졌다

2009-04-05 13:11

보험업계에 독립대리점(GA: General Agency)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과당 경쟁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GA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여러 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보험시장의 양판점인 셈이다.

△GA 3700여개 육박...1000명 이상도 8개=5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법인보험대리점 수는 3700여개에 육박했다. 모집 사용인이 100인 이상인 대형법인대리점이 130개를 넘어섰으며 1000명 이상의 모집 사용인이 활동하는 대형법인도 8개에 달했다.

금감원은 보험회사 임직원 및 남성설계사들이 퇴직 후 법인보험대리점을 개설하면서 설계사 및 소규모 보험대리점들을 통합하고 있는 것이 최근 GA 시장의 팽창 요인으로 분석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법인보험대리점의 대형화는 물론 보험모집 시장에서의 영향력 역시 확대되고 있다. 전문 보험판매채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법인대리점의 확대와 함께 모집사용인은 10만명을 넘어섰으며 2008 회계연도 상반기 법인대리점의 모집실적은 생보업계만 4조5000억원, 손보업계가 3조원에 육박했다. 수수료 수익만 1조382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GA 시장의 특징은 규모의 경제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형법인대리점의 비중은 전체의 4%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이들이 거둔 실적은 전체 법인대리점의 34.7%(생보), 32.5%(손보)를 기록했다. 수수료 수익은 법인대리점의 50%에 육박했다.

GA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것은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출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GA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대응안 마련과 손익 따지기에 분주하다. GA들의 성장으로 판매 채널이 다양화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등 부담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GA는 보험사에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주문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순영 생명보험협회 팀장은 "GA의 팽창은 양면이 있다"면서 "채널 다변화는 긍정적이나 GA가 보험사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은 감독 강화의 필요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 팀장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GA의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스템을 갖추는 변화 역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판매플라자와 금융플라자와 같은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A의 성장은 대형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판매 채널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영식 대한생명 차장은 "대한생명은 설계사만 2만4000명을 보유하고 있어 아직까지 GA에 대한 의존도는 크지 않다"면서 "자사 FP와 방카슈랑스 등에 이어 GA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소 보험사에 속하는 흥국생명의 GA 의존도는 16%가 넘는다.

△보험업계 입장 신중, 수수료 등 갈등 요인 해결해야=업계는 GA 시장 팽창에 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GA인 KFG의 경우 녹십자생명보다 규모가 더욱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소형사들의 GA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중요한 판매채널로 자리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GA가 보험사에 대한 협상력이 커진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GA가 받는 수수료가 커질 경우 보험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GA 성장에 걸맞는 규제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자칫 의도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성행할 수 있는데다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광춘 손해보험협회 부장은 "법제도나 규제가 맞춰가야 할 것"이라면서 "업계의 건전성과 모집 질서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수수료와 관련해서 비정상적인 관행이 있을 수 있다"면서 "대리점이 보험사보다 우월적인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GA 업계는 자본시장통합법의 본격적인 시행과 함께 GA의 성장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박성인 KFG 경영전략팀 부장은 "금융시장 침체로 GA 업계도 어려웠지만 이번달부터 회복하는 추세"라면서 "생보사와 손보사 등 원수사들에게 GA는 이미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GA의 수수료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박 부장은 "원수사 입장에서 GA는 고객"이라면서 "GA 입장에서 더욱 좋은 업체들과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높은수수료는 사실상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GA와 보험사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강한구 금융감독원 보험영업감독팀장은 "보험사와 GA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은 아직 없다"면서 "수수료 부문에서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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