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中企대출 축소..글로벌 악재여전

2009-03-31 08:00

 
세계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등 토종 금융기관들과 다른 영업행태를 보여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실물경제 지원과 고객 서비스 개선에는 소극적인 반면 직원 구조조정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34조2천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6천억 원 감소했다.

이는 전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6조1천억 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SC제일은행은 작년 9월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희망퇴직에 나서 전년보다 80여 명 많은 190명을 내보냈으며 한국씨티은행도 전년의 배가 넘는 298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내 은행들은 내달부터 영업 개시 시간을 오전 9시로 30분 앞당기기로 했으나 SC제일은행과 HSBC는 현행 오전 9시30분을 유지하기로 해 고객의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카드업계의 경우 비자카드가 4월부터 회원사가 부담하는 국내 카드 이용 수수료율을 0.03%에서 0.04%로 인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발급되는 해외 겸용카드의 약 70%는 비자카드와 제휴하고 있어 이 회사가 작년에 벌어들인 국내 결제수수료만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편법 영업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 초 금융감독원이 국내외 증권사의 공매도에 대한 부문검사 결과, 조사 대상 18개 외국계 증권사가 모두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개 외국계 증권사는 가장 강도 높은 '기관 경고'를 받았고 15개 증권사에는 '기관 주의'와 '경영 유의'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올리는 기법으로, 작년 하반기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팽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설이나 부정적인 기업 보고서가 떠돌아 국내 금융시장과 기업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진원지를 추적해보면 외국계 증권사가 연루된 사례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계 은행들은 규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선진기법을 구사하지 않는다"며 "이들 은행이 한국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호황기에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