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구조조정 통해 시너지 효과 높여"
▲합병KT의 이석채 회장 |
이에 따라 KT-KTF 합병은 사실상 확정됐고, 이석채 사장은 합병 KT의 초대 회장을 맡게 됐다.
내달 16일 주식매수청구기간을 거치면 KT-KTF 합병은 최종 확정된다.
KT는 앞으로 이 회장 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5월 중순에 합병법인 출범과 함께 거대 통신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이 회장이 합병KT에 대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제부터 이 회장은 경영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이다.
KT는 유선시장 성장정체 회복, 조직 안정화, 기업이미지 회복 등 해결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정체 KT그룹 살려라
'회장 이석채號'가 본격 출항함에 따라 KT는 KTF와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KT가 KTF와 합병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인 유선시장의 성장정체 탈출을 위해 컨버전스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 통신시장의 맏형으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KT는 인터넷TV(IPTV)와 인터넷전화(VoIP)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이 주도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유무선 결합상품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마케팅 강화로 1위 자리를 내줬던 3세대(3G)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T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올해 매출 2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IPTV, VoIP 등 신성장동력 사업과 유무선 결합상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미 취임 직후 본사 임직원 3000명을 현장으로 재배치하고 대부분의 인력을 영업전선에 투입했다.
이 회장이 합병 인가 과정에서 "지나친 마케팅 경쟁을 피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성장을 멈춘 KT그룹을 살리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합병 KT는 앞으로 SK그룹(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양보 없는 혈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합병조직 안정화 급선무
합병 KT는 회장제 도입으로 홈고객, 개인고객, 기업고객, 서비스디자인(SD), 네트워크 등 각 사업부문별로 소사장제(CIC)로 운영하기 위해 현재 부문장을 사장급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여기서 KTF 합병으로 새롭게 추가된 개인고객 부문이 권행민 사장체제로 유지될 지가 관심사다. 개인고객 부문은 KT가 KTF와의 합병을 통해 가장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KT 내외부에서는 이 회장이 KT-KTF 합병에 핵심 역할을 한 권행민 현 KTF 사장에게 개인고객 부문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합병KT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노태석 부사장이 홈고객, 권행민 사장이 개인고객, 이상훈 부사장이 기업고객, 최두환 부사장이 SD, 김성만 상무가 네트워크 부문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합병KT는 KT-KTF간 서로 다른 직급체제, 연봉 등을 조율하고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합병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KT는 공기업 시절부터 현재까지 공무원 직급체계(1~9급)를 유지하고 있고 차장 직급이 없어 KTF 임직원과의 직급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KTF가 KT보다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에 직급 및 연봉 조정 결과에 따라 직원들의 불만 고조로 합병 초기부터 잡음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직원들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임시주총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지만 능력이 부족한 직원은 세 번까지 기회를 주고 그래도 안 되면 본인이 알아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실적이 떨어지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합병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여기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이 회장의 능력 제일주의 경영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락한 기업이미지 회복
KT는 합병을 계기로 추락한 기업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KT와 KTF는 통신업계에서 전례 없는 납품비리로 대표이사가 모두 구속,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해 기업이미지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다.
이에 따라 수년전부터 준비해온 합병작업에도 제동이 걸렸지만 결국 올해 초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합병작업에 본격 착수해 두달여 만에 방통위의 인가를 얻어 냈다.
이 회장의 취임 과정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KT가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및 그와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정관까지 변경하며 이 회장을 사장으로 추천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기도 했다.
또한 KT는 이 회장의 취임 직후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또다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KT가 합병을 계기로 공기업의 잔재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하지 않는 깨끗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통신업계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