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재오, 후폭풍은 ‘닮은꼴’ 처지는 ‘따로’

2009-03-24 14:22

4·29 재보선을 앞두고 귀국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오는 28일 전후로 귀국 예정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거물’ 정치인들의 행보가 정치권 최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복귀 여부는 재보선 문제에 있어 여야에 각각 분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내부갈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두 거물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난 22일 귀국한 정 전 장관의 경우 전주 덕진 출마를 확실히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노른자위인 수도권(인천 부평을) 의석을 차지한다는 복안이다.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이 분열되선 안 된다’며 지도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 전 장관은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당 주류세력과 친노, 그리고 DJ의 반대로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정 전 장관 측과 그의 복귀로 계파색이 뚜렷해진 민주연대, 정 대표 중심의 기존세력 간 본격적 내홍에 돌입할 조짐이다. 심하게는 ‘분당설’까지 거론되는 상태이다.

이 전 의원의 복귀 또한 한나라당 친이-친박 내부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친박계와 18대 공천과정에서의 앙금이 남아 있고 현재도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친이계 주류인 이상득 의원과도 껄끄러운 사이다.

이에 복귀 시 표면적으론 나타나진 않겠지만 재보선이 다가올수록 여권의 후폭풍이 되리라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현재 두 거물이 처한 상황은 180도 틀리다.

정 전 장관의 경우 공개적으로 복귀해 당당히 전주 덕진 출마 의지를 피력한 상황이다.

‘당을 돕기 위해 왔다’는 명분이 발목을 잡겠지만 현실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한다고 해도 당선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계 뿐만 아니라 같은 여권 주류 내부에서도 이상득 의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에 원내진입이 실패할 경우 재기가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여론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제 집에 가려고 한다”면서도 “서울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을 것. 그 꽃이 지기 전에 만날 수 있다”며 자세한 귀국시기 언급은 피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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