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추경→내수 진작→일자리 창출

2009-03-24 11:08

정부, 내수살리기 전력..성장률 제로 목표, 일자리 20여만개 창출
세계경제 악화로 실현 가능성은 의문..누수방지, 재정건전성 확보 등 과제

30조원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으로 한국 경제는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취약계층과 일자리 부문에 예산을 집중 투입함으로써 경제성장률과 고용의 플러스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 추경은 주요 선진국보다 한 발짝 앞선 재정 집행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하지만 '슈퍼'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국회에서 원안 통과가 가능할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다 통과되더라도 혈세의 낭비 없이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전대미문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1년새 나랏빚이 60조원 가까이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바라보게 되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난제도 부담이다.

◇정부, 일자리 창출+사회안전망 확충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추경 예산안 규모를 28조9000억원으로 잠정 확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높아지고 여기에 규제완화 및 민간투자 확대까지 포함할 경우 성장률을 2%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로 -2%를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0%, 또는 플러스 전환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일자리는 55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연간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8만개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성장률 1% 포인트를 높이기 위해 재정지출을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 투입하면 8조~10조원, 국민 대상의 소비 진작책에 집중하면 8조~20조원의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제시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부는 추경 중 11조2000억조원으로 세수 결손을 메우고 17조70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추경 규모·속도 선진국 압도

정부는 이번 추경이 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주요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는 이번 추경을 합해 국내총생산(GDP)의 7%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추경 예산을 편성했으며 10조원 이상의 수정 예산안도 내놨다. 이어 올해 3% 수준의 추경안이 마련됐다.

미국은 7800억달러의 경기부양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2008년 미국의 명목 GDP 기준 5% 내외이다. 일본도 27조엔 상당의 경기부양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일본 GDP의 5%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4조 위안 상당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GDP의 14% 내외로 주요국 중 가장 많다. 독일은 GDP 대비 2%, 이탈리아는 5%, 영국은 1% 정도다.

1998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 추경 규모는 GDP의 2.9%로 이번 추경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성장률 플러스 전환 의문

이번 추경이 성장률의 플러스 전환 가능성을 공식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IMF가 20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5~-1.0%로 하향조정해버렸기 때문이다.

IMF는 지난 1월에 세계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0.5%로 1.7%포인트 낮추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2%에서 -4%로 6%포인트나 깎아버렸다. 세계 성장률 1%포인트가 내려갈 때 한국 성장률은 3.5%포인트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성장률을 2%포인트 높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또 추경으로 올해 일자리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기존에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공공부문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로 옮길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없고 비경제활동인구가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면서 실업·취업률 통계에 새로 잡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IMF의 예측대로 세계 경제 여건이 더 악화되면 신규 취업자 수도 더 줄어들게 되고 이 경우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게 될 수 있다.

◇ 추경 효과 하반기에나..2차 추경 가능성도

이날 정부가 확정한 추경안은 빨라야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재원 조달과 집행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하반기는 되어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서 기대한 30조 원 수준의 '슈퍼 추경'인 만큼 적재적소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소비진작 등에도 일정부분 작용할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이 추락하는 경기를 다잡는데 충분한 수준이 될지에 대해선 비관론이 좀 더 우세하다.

우리 경제와 매우 관련성이 높은 세계 경제 침체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세계경기가 더 침체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벌써 2차 추경 얘기가 나온다.

윤증현 장관도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하반기 2차 추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GDP 대비 7.4%가 투입되니까 이걸로 어려움을 벗어나길 바란다는 뜻이다. 행간을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한편 이 같은 추경 편성은 재정 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추후 논란이 예고된다.

이번 추경안이 향후 국회를 통과하려면 민주당 등 야당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추경에서 4대강 살리기와 녹색뉴딜 부분은 빼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민주당이 13조8000억원, 자유선진당이 14조4000억원, 민주노동당이 23조원의 추경안을 내놓아 정부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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