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추세 전환이냐, 일시 조정이냐?..1380원대 진입

2009-03-24 11:23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에는 급등이 아니라 급락이다. 한달전 1570원대를 돌파하며 1600원선에 바짝 다가섰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1380원대로 떨어졌다.

환율 급락이 이어지면서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추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펀더멘털적인 요인이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흐름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24일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380.50원으로 거래를 마쳐 급락을 예고한 뒤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9.6원 내린 1382원에 개정해 장중 137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전일 금융시장 안정 기대감으로 미국증시가 폭등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장중 1220선을 넘어선 것이 환율 급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국인이 주식매수세를 지속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달러에 대한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3개월간 원·달러 환율 추이(출처: 야후파이낸스)

당분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원·달러 환율 역시 하향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현정 씨티은행 팀장은 "분위기는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상황이지만 역내 수급 상황만 놓고 보면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수급만 놓고 보면 달러 공급 우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팀장은 "미국시장을 놓고 봤을 때 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면서 "1차 지지선은 1375원이 될 것이며 1350~1360원이 차기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일 미 재무부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민간투자프로그램(PPIP)'을 발표한 것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재무부가 금융권의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세부 내용을 제시하면서 거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낙관론과 함께 글로벌 자본시장은 증시 급등, 달러 약세, 실세금리 상승으로 반응했다.

이날 미국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7%에 달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화에 대해 달러는 0.5% 하락해 1.3648달러를 기록했고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 가치는 1% 가까이 급락해 96.90엔으로 거래됐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수치화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에만 4%가 넘게 하락한 뒤 내림세를 지속하면서 8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달러 인덱스의 낙폭은 1985년 9월 이후 최대치다. 이번달 기록한 낙폭만 5%가 넘는다. 

   
 
최근 3개월간 달러 인덱스 추이(출처: 블룸버그)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사실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존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5.1% 증가해 연율 472만채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가 전망한 445만채보다 30만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기존주택판매지표의 호전에 대해 아직까지 미국 부동산시장의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증시의 안정이 지속되느냐 여부가 국내증시는 물론 환율의 움직임 역시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미국의 유동성 공급과 신용경색 안정 대책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과 환율은 안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재무부의 금융시장 안정책이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확실히 자리잡게 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은 추가 하락하고 증시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재무부 대책에서 부실자산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과 채권자와 채무자와의 협력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민간자본 유치의 원활한 진행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위해서는 수급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원 메리츠금융그룹 외환딜링팀 팀장은 "수급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은 부담"이라면서 "기술적으로 1380원대가 지지선이 될 것이나 장중에 1376.7원까지 하락하는 등 데일리 차트상으로는 밑으로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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