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인도 부동산시장 냉각

2009-03-22 18:12

수년째 활황세를 이어온 중동 두바이와 인도의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금융위기로 투자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대형 프로젝트가 속속 중단되는가 하면 부동산가격이 크게 떨어져 빚에 몰리게 된 투자자들의 야반도주도 줄을 잇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부동산개발업체인 이마르와 DP월드 등 두바이 국영기업 7곳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또 에미리트뱅크인터내셔널 등 4개 은행의 등급하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동산 부문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실제로 중동 경제전문지 미드는 최신호에서 두바이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호국에서 중단된 건설 프로젝트 규모만 33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HSBC 조사로는 두바이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만 23% 하락했고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두바이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올 들어 38% 빠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6년간 이어진 부동산 투자 열풍이 한순간에 꺾이자 투자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부동산 붐을 타고 두바이로 몰려와 세금 부담 없이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했던 이들은 자동차마저 버리고 황급히 두바이를 떠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인도 부동산시장도 투자 위축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도의 부동산시장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중산층 증가에 힘입어 호황을 누려왔지만 최근 대형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9000선에 유박했던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BSE)의 부동산지수도 최근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시장이 이렇게 침체된 것은 무엇보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는 최근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인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면 30~40%가 넘는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연이어 중단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정보업체인 프로퍼티와이어는 델리와 뭄바이 등 6대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오피스빌딩 건설 프로젝트의 40%만이 내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주거용 부동산시장도 수요가 없어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고가의 호화 빌라를 짓던 주택건설업체들은 최근 자금이 덜 들고 그나마 수요가 있는 소형 주택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새로 지어지는 주택 가격이 낮아지면서 최근 주택가격이 평균 35~45% 하락했다고 전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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