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사무직 임금삭감 동의서 ‘생색내기’ 물의

2009-03-22 15:07

-50% 동의 받기로 약속 후 언론에 흘려

GM대우가 사무직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1시간 줄여 임금을 10% 삭감하는 자구안에 대해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기로 해 놓고 이를 무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미 5월 추진을 외부에 공포해 놓고 동의를 구하는 생색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17일 전 임직원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오는 5월부터 근무시간을 1시간 줄이고 단축시간분에 대한 임금지급도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GM대우처럼 임원이 아닌 사무직의 급여를 깎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제는 사무직 절반이 동의 할 경우 임금 삭감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GM대우는 17일 사내메일을 보낸 직후 이 내용을 언론에 흘려 5월 임금 삭감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때문에 사무직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GM대우 사무직 직원 A씨는 22일 “회사 경영진이 앞에서는 사무직 50%의 동의를 구하겠다고 해 놓고 뒤로는 언론에 흘려 (임금삭감을) 거부하기 힘들게 됐다. 사측이 직원들을 속이고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해 배신감마저 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직원은 “어차피 (사무직은) 노조도 없고 구심점도 없어 힘이 없다. 비밀투표도 아니고 동의를 구하는 수준의 합의여서 절반을 넘기는 것은 쉬울 것이다”며 “힘없는 사무직들의 입장에서는 어디에 하소연 할 데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동안 GM대우 사무직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을 일했으며, 오후 6시까지 1시간 추가에 대해서는 ‘고정 연장 근무비’를 받아왔다.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GM대우가 강제로 임금을 줄이기로 한 것이 산은의 자금 지원 요청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산은에 제출한 자구안으로 부족하다고 보고 임금 삭감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 삭감 발표 직후인 지난 20일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이 산업은행을 방문했지만 자금지원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22일 “법정 근로 외에 추가 근무를 없애 임금을 줄이는 내용을 두고 사무직들의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일부러 언론에 흘려 이를 기정사실화한 것은 아니다”며 “내부 방침은 과반수 동의와 상관없이 추진하는 것이지만, 직원들의 동의를 얻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순리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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