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크로네…'제2의 달러'로 뜬다

2009-03-19 16:03
안전자산으로 급부상

   
 
 
노르웨이의 크로네화가 안전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황 여파로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크로네화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차세대 안전통화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도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통화 가치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크로네화는 최근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달러화에 대해 우세를 보이고 있는 몇 안되는 통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크로네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올 들어서만 3% 이상 올랐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11%나 급등했다.

데이비드 블룸 HSBC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융위기 속에서 크로네화는 세계 10대 통화 중 가장 안전한 통화"라며 "최소 향후 18개월 동안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로네화 가치 추이(1990년=100·출처: FT)
크로네화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제 외환시장을 이끌어 온 기존 기축통화들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위상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양적완화정책으로 흔들리고 있고 일본은행(BOJ) 역시 이날 국채매입 규모 확대 방침을 밝히며 양적완화 움직임에 동참했다.

사이먼 데릭 뱅크오브뉴욕멜론 외환 투자전략가는 "금융위기 속에 달러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규모와 달러화의 강세를 지지해 줄 만한 글로벌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 달러화에 장기적인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금융시스템을 기반으로 강세를 나타내던 스위스 프랑화도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 매력이 줄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노르웨이 경제도 크로네화의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다. 노르웨이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 1.3%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했다. 덕분에 스위스 국채의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도 미국의 3분 2 수

   
 
국가별 10년물 국채 CDS 스프레드(출처:FT)
준에 불과하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경직된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크로네화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 노지스뱅크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노르웨이가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크로네화의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빈 프렌드 NAB캐피탈 애널리스트는 "크로네화가 노르웨이의 경상수지 흑자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힘입어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노르웨이 자본시장은 규모가 작고 국제유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로네화를 안전통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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