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테마섹' 꿈꾸는 산업은행

2009-03-18 11:35

산업은행이 싱가포르 테마섹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업금융 부문을 더욱 강화하고 계열사들의 전문성도 높여 나갈 방침이다.

◆ 국내 최고 '기업금융' 업그레이드 = 산은의 기업금융 역량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1954년 설립된 산은은 정부의 지원 아래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업무를 도맡으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최근 민간 금융기관도 기업금융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50년 이상 축적된 산은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산은은 올해 기업 지원 규모를 더욱 늘려 잡는 등 경제위기 극복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우선 신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산업자금 공급 계획을 전년 대비 1조8600억원 늘린 32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중소기업에 지난해의 150% 수준인 12조원을 공급하고 벤처 투자 규모도 686억원 늘어난 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산은은 신 성장동력, 중소기업, 벤처 투자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계열사 전문성 강화로 자통법 넘는다 =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금융기관의 전문성 강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다음달 산은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은과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로 이뤄진 산은지주가 탄생하게 된다.

이를 대비해 산은은 계열사 전문성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산은은 △신 성장동력 지원 △중소기업 신용대출 △역내 금융 지원 등 고유의 정책 금융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대우증권은 산은의 IB 부문을 가져와 회사채 및 기업 인수·매각 업무에 주력하게 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산은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이후 증권업계에서 대우증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되고 대우증권이 본격 IB 업무에 나서면 자통법 시대에도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은캐피탈은 신기술 사업자에 대한 투자 및 신용카드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되며 산은자산운용도 점유율 확대와 사업 다각화 등을 꾀할 계획이다.

◆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IB = 산은은 국내 IB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기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1위, 회사채 인수 3위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산은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IB 전문가인 민유성 행장을 영입하고 미국계 IB인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펼쳐왔지만 지난해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

인수 대상이었던 리먼브라더스는 손실 누적으로 파산했고 글로벌 IB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산은의 IB 전환 전략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산은의 꿈은 꺾이지 않았다. 산은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곳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이다.

테마섹은 싱가포르항공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싱가포르텔레콤, 싱가포르테크놀로지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규모 841억달러의 거대 지주회사다.

테마섹은 지난 2006년 5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지분 11.55%를 인수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 IB 시장은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 유수의 IB들이 금융위기 여파로 무너지면서 무주 공산이 돼 가고 있다.

산은이 IB 전환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IB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설 수도 있을 것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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