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를 한 후 급여의 절반을 소비쿠폰으로 지급해 저소득층의 생활안정과 전통시장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정부의 복안이 암초를 만났다.

13일 정부가 내놓은 민생안정 대책의 핵심은 근로능력이 있는 차상위계층 40만 가구에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월 83만원을 현금과 소비쿠폰으로 반반 나눠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급 방식에 있어 급여를 현금 외에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43조 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소비쿠폰으로 지급한다는 정부 방침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적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 공공근로와는 성격이 다르며 임금도 생계지원금 성격인 만큼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소비쿠폰을 통한 급여지급은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긍정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면 저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소비쿠폰의 형태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43조 1항은 회사 측이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자사 제품이나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부당행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소비쿠폰제는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것이 문제다.

또 현 경제침체 속에서 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근로자들에게 당장 내 줄 수 있는 상품을 임금 대신 지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우후죽순으로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데 앞장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위해 ‘공공근로는 제외’라는 단순 답변보다 소비쿠폰제에 대한 진중성을 알리는 진지한 답변을 하는 것이 성공 키워드로 보인다. 

김한나  기자 han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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