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테마주 광풍 '괜찮을까'

2009-03-13 07:38

   
 
 
"다른 거 볼 거 없어. O사를 사. 요즘 자고 나면 오르는 발광다이오드(LED)주 가운데 최고야." 신문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기자에게 서울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60대 투자자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코스닥 테마주는 이상과열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사를 썼던 기자로선 일단 경계해야 할 이야기였다. 이 투자자는 고민하는 기자에게 "O사를 매수한 뒤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30만주를 더 사려고 객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종목이 7000원대 위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니 21억원 넘는 돈이다.

그러나 이 주식은 12일 현재 연사흘 하락했다. 이 투자자를 만난 날은 반대로 연닷새 급등했던 9일이었다. 30만주를 더 산 뒤 하락폭이 5% 이상이니 이 투자자는 사흘새 투자금 가운데 1억원 넘게 손해를 본 셈이다. 평소 주식에 투자하는 돈이 100만원 미만인 기자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손실이다. 직접 겪은 일이라면 기자는 헤어나기 힘든 공황 상태에 빠졌을 것 같다.

문제는 자신이 산 주식이 어떤 일을 하는 회사가 발행한 것인 지도 몰랐다는 데서 비롯됐다. 실제 이 투자자는 LED주를 권유하면서도 정작 LED가 무엇인 지 몰랐다. 이런 형편이니 재무제표 같은 경영지표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이 투자자가 매수를 결정한 것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실린 'O사, 숨은 LED주'란 기사 제목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투자자는 남보다 매수가 늦을까봐 기사 내용을 읽지 않았다고 했다.

증권가는 LED주 강세를 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LED주는 성장성에 대한 기대만 있을 뿐 실제 수익성을 입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종목은 해당사업을 직접적으로 영위하지 않으면서도 테마주에 속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실적이 안 좋고 자금이 부족한 회사일수록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테마주에 대해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투자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소문만 믿고 주식을 사는 것은 심각한 손실을 부를 수 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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