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주가, 20년 동안 5번째 바겐세일"
주가가 싸졌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매수를 늦추고 있는 투자자에게 지금이 20년 동안 5번뿐인 기회라는 조언이 나왔다.
주식가치를 매길 때 가장 많이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할 때 지금 주가는 역사적인 저점이란 이야기다. 주가를 1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인 PER는 동종업계 안에 있는 경쟁사보다 높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낮으면 저평가된 것으로 여긴다.
동양종금증권은 9일 투자자가 느끼는 PER과 실제 집계한 PER 사이에 괴리를 이유로 지금 주가가 20년 동안 5번째로 돌아온 역사적인 저점이라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향후 12개월 동안 벌어들일 EPS로 PER를 계산하면 2월 말 현재 29배에 달한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투자자에게 매도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년 고점인 76만원과 비교할 때 현재 5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는 PER가 예전보다 낮아졌다고 느끼면서 매수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 있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투자자가 느끼는 PER는 경기가 보통인 상황에서 거둔 실적을 사용해 계산한다"며 "이에 비해 실제 PER는 현재 세계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예측한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따라서 EPS를 그때그때 단기적으로 계산할 게 아니라 36개월 이전부터 현재까지 평균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36개월 이동평균 EPS를 가지고 계산하면 삼성전자는 2월 말 PER가 9.8배로 2002년 이래 역사적인 저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주식시장 전체에 적용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를 36개월 평균 EPS로 계산한 PER를 보면 현재 국내 증시는 평균 7.48배에 불과하다.
이는 1991년 7월 6.96배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래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7월(5.18배), IT 버블 붕괴 때인 2001년 10월(7.03배), 신용카드 대란 시기인 2003년 4월(6.91배)에 이어 5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코스피가 10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1000선이 깨지든 안 깨지든 밸류에이션 상으로 현재 주가 수준은 역사적인 저점임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1991년 이후 36개월 평균 PER가 7.5배를 밑돌았던 적은 모두 4번으로 이때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바닥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PER가 현재보다 더 떨어질 수 있고 또한 환란 당시처럼 1년 이상 PER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장기투자 관점에서 보면 지금이 적립식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적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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