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떨림까지 담았다

2009-03-09 13:43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 개최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알몸인 여성의 뒷모습이 그려진 커다란 도자기 뒤로 한 남자가 보인다. 도자기에 기댄 듯도 하고 도자기 뒤에 숨은 듯도 한 이 남자는 무엇인가가 두려운 듯 눈동자가 떨린다. 그는 바로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다.

위인전이나 영화 속에서 보아왔던 20세기의 영웅들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인물사진의 거장, 캐나다 사진작가 유섭 카쉬(Yousuf Karsh, 1908~2002)의 사진들이 국내 최초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5월 8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카쉬전’은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4000여장의 작품 중에서 총 70여 점의 작품을 엄선했다. 또한 데이터를 받아 국내에서 현상하는 사진전과는 달리 카시전은 그가 직접 현상 및 인화를 하고, 보스턴 미술관에서 표구하여 전시한 그대로를 국내에 들여왔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카쉬에게 사진을 찍히지 않은 사람은 유명인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수많은 유명인의 사진을 남겼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시가를 빼앗아 화가 난 듯한 카리스마의 윈스턴 처칠부터 작가라기보다는 노동자 같은 헤밍웨이, 장난기 있지만 고뇌가 엿보이는 아인슈타인, 눈을 뜨기 직전의 우아한 얼굴선을 담아낸 오드리 햅번까지,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45명의 20세기 역사 속 거장들의 생생한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과 함께 각 인물의 일대기와 카쉬가 직접 기록한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가 함께 전시,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사진 속 인물을 이해하며 작가와 교감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카쉬는 인물의 표현에 치중함과 동시에 화면구성에 있어서 얼굴과 손의 위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썼다. 또한 스튜디오 조명과 자연광을 조화시켜 인물을 부각시키는 그만의 조명술은 현대 조명의 시작이 되었다. 흑과 백의 명확한 배치, 묘사의 극단적인 사실성은 카쉬의 사진이 왜 인물사진의 교과서로 불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외에도 기획 전시로 한국 인물사진의 어제와 오늘을 대표하는 ‘한국의 인물사진 5인(임응식, 육명심, 박상훈, 임영균, 김동욱)전’이 함께 열린다. 안익태, 서정주를 비롯한 국내 예술가는 물론 배우 안성기, 김혜수, 송강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인물사진 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요금 8000원. 문의 1544-1681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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