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고사위기)미분양은 쌓이고 집은 안짓고
2009-03-09 12:53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래된 실물경기가 결국 주택시장을 고사위기로 내몰고 있다. 16만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은 전혀 해소될 기미가 없고 정부가 내놓은 규제완화 대책은 '국회 입법'이라는 장벽에 막혀 시행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팔릴까?"하는 걱정에 신규 주택건설에 나설 생각을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트리플 악재'에 주택시장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은 쌓이고 주택건설 안하고 =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6만 5599가구로 미분양 집계가 시작된 1993년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지난 1년 동안에만 5만3000여가구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미분양 문제는 1년전만 하더라도 지방의 일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최후로 내놓은 양도소득세 경감조치(2.12대책)도 수도권 유망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듯 했으나 이 역시 '반짝'장세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미분양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은 집 짓기를 포기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건축 허가를 받은 건축물의 연면적은 449만㎡로 집계됐다. 작년 1월보다 48.4%나 축소된 수치다.
용도별로는 주거용이 90만㎡, 상업용 106만8000㎡, 공업용 96만5000㎡로 작년 동기와 비교할 때 각각 63.2%, 53.4%, 38.1% 감소했다. 특히 주거용은 외환위기 직후 가장 작았던 1998년10월(108만5천㎡)보다 17.5%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실제 착공 실적도 극도의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월 전체 건축물 착공 실적은 364만3000㎡로 작년 1월보다 38.9% 떨어졌다. 이중 주거용(76만8000㎡)건축물은 50.4%나 감소해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건설사가 사업 진행을 미루거나 착공신청을 하지 않아 건축 허가 면적이 줄어든 것이다.
△규제완화는 늦어지고 실망은 쌓이고 = 정부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완화 등 여건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당초 3월부터 폐지하려던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는 국회의 벽에 막혀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허용하고 임대주택 의무비율 폐지를 통해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4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공포 등의 절차를 거쳐 빨라야 5월 정도에나 시행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왜 폐지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형 대한주택건설협회 상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으며 건설사들도 분양을 위해 무리한 가격을 책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라는 것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안이 없다…버틸 뿐" =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설업 구조조정도 또 다른 악재다. 특히 구조조정에 휘둘리고 있는 주택건설사들의 경우에는 새해가 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대안이 없고 앞이 전혀 안보인다. 어떻게 이 위기를 버티고 넘길 것이냐 하는 생각 밖에 없다"고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이 형 상무는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회복은 지금 시점에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하고, 어떻게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느냐 하는 방안을 찾을 때"라며 "주택실수요자에게는 정책적인 주택자금 대출을 확대해 이 기회에 내집 마련도 도와주고 주택경기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