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해 AIG에 투입한 공적자금 중 상당액이 전용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7일(현지시간) 비공개 문건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AIG에 지원된 공적자금 1730억 달러(약 268조원) 가운데 500억 달러 가량이 AIG 부실 자산에 노출된 미국과 유럽의 20여개가 넘는 대형 금융기관들에 재분배됐다고 폭로했다.

수혜기관으로는 모건스탠리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HSBC, 메릴린치, 소시에테제너럴, 클레이언, 바클레이스, 라보뱅크, 단스케, 방코산탄데어, 와초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로이드 등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도이치방크의 경우 지난해 9~12월 사이 각각 60억달러를 지급받았다.

AIG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도 결국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 사실상 국유화된 상태로 이번 구제금 전용 파문은 정치권에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도널드 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지난 5일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서 AIG 구제자금 용도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AIG가 영업을 계속하는 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콘 부의장은 의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편 AIG로부터 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금융기관들은 이 사안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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