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보험사기 천국, 사실일까?

2009-03-08 13:54
보험사기 적발 실적 해마다 증가 시민단체 "왜곡된 조사체계 억울한 혐의자 양산" 비판

최근 강호순 사건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보험사기 금액 및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험 관련 시민단체들은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의 밀월관계가 억울한 보험사기 혐의자를 양산시킬 공산이 크다고 보고있다.

특히 최근 헌법재판소가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자에 대한 면책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내림에 따라 보험 사기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지난 2005년 1350억원, 2006년 1781억원, 2007년 2045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혐의자 수는 4만1019명으로 전년보다 32.7% 급증했다. 혐의자 수도 2005년 1만9274명, 2006년 2만6754명, 2007년 3만922명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기 유형별로는 보험사고 내용을 가공하거나 조작한 '허위사고'가 25.6%(654억원)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 운전자 및 사고차량을 바꿔 보험금을 수령한 '바꿔치기'가 18.9%(48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고의사고' 18.7%(476억원), '피해과장' 14.8%(377억원) 등의 사례가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 혐의자가 28.5%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7.4%), 20대(20.4%), 50대(16.2%) 등의 순이었다. 보험사기 혐의자의 성별 분포는 남성이 80%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여성은 2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보험사기 적발 실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왜곡된 보험사기 조사 체계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서 보험사기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험조사실의 경우 보험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 수는 20명 가량으로 금감원 직원 수보다 훨씬 많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보험사기 조사와 민원 처리를 보험사 직원에게 맡긴다면 당연히 편파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상대가 금감원 직원인지 보험사 직원인지도 모르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보험조사실 관계자는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가입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감원 직원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조사실 내 보험사 직원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험사기에 대한 특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조사인력 확충 차원에서 보험사 직원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자에 대한 면책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보험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헌재는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히더라도 음주운전 등 중대과실이 없다면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 1항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가해자는 전과 기록이 남는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원하게 되고 피해자는 이를 악용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 챙기는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도 한 언론사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피해자가 이번 위헌 결정을 악용해 합의금을 턱없이 높게 요구하더라도 기소를 피하기 위해 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호순 사건과 같이 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 중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69.8%(1779억원)이며, 혐의자 기준으로는 87.4%(3만5852명) 수준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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