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너마저”···일본車 이대로 무너지나
-엔고 여파로 판매 줄어 구제금융 신청 ‘나락’
-현대차, 미국·일본車 침체 반사이익 예상
침몰해 가는 세계 최대 자동차 왕국 미국에 이어 일본 자동차 업계도 생사기로에 놓였다. 토요타가 지난 4일 일본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데 이어 혼다도 공적자금 투입 요청을 검토하며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급성장하며 세계 판매량 1위를 달리던 토요타의 구제금융 신청은 60년만의 적자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
토요타는 금융자회사인 TFS가 미국 할부금융 사업에 쓸 목적으로 일본 국제협력은행에 2000억엔(3조2000억원)의 대출을 요청한 상태다. 혼다도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경우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수 있어 공적 자금 요청을 고민하고 있다. 닛산과 마쓰다 등 타 업체도 기웃거리고 있다.
일본차의 불황은 경기침체로 판매가 줄어드는데다 엔고로 가격 경쟁력마저 하락한 것이 주된 이유다. 견디기 힘든 악재가 겹친 것이다. 지난달에는 한국시장에서도 판매율이 하락하며 독일차에 밀려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2월 미 실적 최악..40%대 급감
일본 시장에서도 침체를 겪고 있다. 2월 일본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4%나 급감한 21만8212대에 그쳤다. 1974년 이후 최악이다. 미국에서는 일본 국내보다 더 심각하다. 토요타가 40%, 혼다 38%, 닛산 37%가 줄었다. 중국에서 혼다 등이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일본 메이커들은 올해 생산 목표를 대폭 줄이고 있다. 최소 30% 이상 감산·감축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토요타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산이 예상되고, 혼다는 14년만에 최저치인 연 95만~100만대 생산이 점쳐지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토요타는 4분기(올해 1월~3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4월까지 재고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북미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미국·일본차 침체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볼 글로벌 메이커는 현대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월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7%를 기록했으며, 2월에는 3만600여대를 팔아 사상 최고인 4.4%를 찍었다. 기아차와 합하면 7.6%에 달한다. 작년 4분기 이후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현대차를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했다고 극찬할 정도다.
LIG증권 안수웅 애널리스트는 “미국 빅3는 소비자 불안이 높아졌고, 일본차는 가격인상과 인센티브 축소로 매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품질도 좋아지고 있는 현대차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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