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카드대란 이후 제일 힘들어"

2009-03-09 08:49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와 금융 환경 악화로 신용카드사들의 순이익과 연체율이 악화되며 카드대란 이후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수수료율이 높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용을 늘림에 따라 추가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상승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한, 삼섬, 현대, 롯데, 비씨 등 5개 전업계 카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6557억원으로 전년(2조6087억원) 대비 9530억원 급감하며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5개 전업사의 연체율(1개월 이상)도 지난해 말 기준 3.43%로 같은해 9월 말에 비해 0.15%포인트 상승했다. 분기 말 기준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이 상승한 것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6년 만이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본격화 하며 신용카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어 카드사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드업은 소매금융이기 때문에 최근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크게 낮아지고 있어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신용카드업종은 후행성 산업이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 상황이 올해 초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연체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도 6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차후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으로 나간 대출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해 카드대란이 일어나기 전년도인 2002년 이후 첫 상승세를 나타냈다.

경제가 어려워지며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은행대출이 막히자 최고 수수료율 27%대(2월 17일 현재)의 고금리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 부도율은 2007년 말 대비 0.33%포인트 상승한 3.86%인 데다 대출을 갚지 못한 사람 10명 중 5.4명이 신용등급 최저치인 10등급이기 때문에 제 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렵다.

이 같은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이용자 급증은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해야할 가계들의 상환에 부담을 늘려 추가부실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또 여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의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지며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올해 2조원의 사채가 만기도래하는 신한카드나 롯데카드(5100억원), 현대카드(2300억원) 등 대부분 전업계 카드사의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금리나 크레딧 코스트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카드사들의 경영난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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