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형제간 '부암장' 소송...법정 다툼 격화

2009-03-05 10:38

고 조중훈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자택인 부암장을 둘러싼 2세들의 법정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2월 대한항공이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한진가 형제간 4번째 법정 다툼인 제주도 토지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번에는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자택인 부암장을 둘러싼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동생들이 판결에 불복, 맏형을 상대로 항소했다.

5일 한진측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부암장 지분 이전 및 기념관 건립 소송’과 관련해 원고인 한진중 조남호 회장과 메리츠금융 조정호 회장이 맏형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한진중 조남호 회장은 고 조중훈 회장의 차남이며, 메리츠금융 조정호 회장은 4남이다.

조남호 회장 등은 조중훈 회장 별세 직후인 2002년말 부암장에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장남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초 손해배상 및 지분이전을 구하는 이른바 ‘부암장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약정서에 상속인들이 기념관을 설립하는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조양호 회장에게 구체적인 이행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홍기종 변호사는 항소이유에 대해 "상속자들이 선친의 기념관 설립에 합의한 사실이 명백함에도 사업추진 시기와 방법 등에 구체적인 사항이 없어 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이어 "기념관 설립 시점은 상식적으로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살아있는 시점"이라며 "다른 재벌총수의 기념관 사업을 참작하면 사업시작을 6개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이미 1심에서 원고 측 주장이 부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고, 기념관 건립 의지에 변함이 없는 만큼 불필요한 소송”이라는 입장이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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