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한번'...신세계 "이명희 회장 관련 없다"

2009-03-16 16:44

   
 
 
KBS 2TV가 방영 중인 수·목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실제 주인공이 이명희 회장이 아니냐는 소문이 번지면서 신세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이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며, 숨겨진 스토리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추측이 재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문이 번지는 것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한명인 회장(최명길 분)이 한국을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명진그룹 집안의 총애받던 막내딸이라는 점, 현재 경영하는 기업이 백화점(미르백화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남편 이정훈(박상원 분)이 그 백화점에서 부회장으로 일한다는 점과 장남 이민수(정겨운 분)가 ‘연예인 킬러’라는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 방송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 등이 현실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명희 회장은 고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8남매(3남 5녀) 중 막내로 고인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었다. 남편(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결혼 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신세계백화점 회장, 명예회장을 거친 것도 드라마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은 연예인 고현정과 결혼했다가 8년 6개월만에 파경하는 아픔을 겪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모 연예인과의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다. 어쨌든 정용진-고현정의 ‘재벌3세와 스타의 인연’이 드라마에서 한명인 회장의 아들 이민수-방송사 뉴스 앵커 최윤희(박예진 분)와 유사한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드라마는 초반 한명인이 평범한 화가였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 커플은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동반 자살을 기도했으나 남자는 죽고 그의 아이를 가진 채 명인은 살아남는다.

한명인과 결혼하게 된 이정훈은 명진그룹에 입사, 돌아가신 선대 회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단 숨에 출세했지만 회장으로부터 자신의 딸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그에게는 조강지처와 같은 연인이요 톱스타 영화배우인 은혜정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딸도 있었지만, 은혜정은 애인에게 재벌가 사위로 떠나라고 떠미는 순정파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아슬아슬한 위기와 반전으로 묘한 인연을 이어가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 극본을 쓴 조희씨는 드라마는 우연의 일치일 뿐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홍보실도 드라마와 신세계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억측에 불과할 뿐 실제와는 절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영 신세계 홍보실 상무는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 백화점 여자 회장이라는 것 외에 맞는게 없다”며 “신세계는 백화점 뿐 아니라 호텔과 대형마트가 있다.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상무는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실장이란 직함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로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작가가 부분적으로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상황을 참고했을 수는 있겠지만 큰 줄기는 실제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극중 한명인 역을 소화해 내고 있는 최명길씨는 “최고 권위있는 여회장의 역을 소화해 내려고 노력중이다. 대본을 받고 다이애나비와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모티브설은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화여고-이화여대를 나온 이명희 회장은 1967년 24세 때 경기고-서울공대를 졸업한 정재은 명예회장과 중매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시아버지 정상희 씨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당시 굴지의 재벌회사이던 삼호방직 사장이었다.

이후 정상희 씨는 삼성그룹에 영입돼 69년 삼성전자 사장, 70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계열사 사장을 지냈다. 정재은 씨도 결혼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83년 삼성전자 사장직에 오른 후 93~96년 신세계 회장을 지낸 것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97년부터는 이명희 회장 시대가 열렸다. 20여년간 달고 있던 상무 타이틀을 반납하고 부사장으로 취임한 것. 이명희 부사장은 계열분리 이후 98년 11월 신세계 회장에 취임하면서 여성 오너 회장 시대를 전개해나가기 시작했다.

백화점 부문과 조선호텔을 갖고 분가했던 이 회장은 할인점 사업까지 성공시켜 신세계그룹을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최고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3일 부산 센텀시티점을 개점한 이명희 회장은 서울 명동에 이어 부산에서 롯데와 일전을 전개할 태세다.

주식 평가액 1조원대의 대한민국 최대 여성부호인 이명희 회장이 어떤 경영 전략으로 세계적인 불황을 타개해나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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