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제는 금융위기 극복할때”

2009-03-08 17:20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최근까지 피 말리는 입법전쟁을 치른 정치권의 시선이 ‘금융위기 극복’으로 쏠리고 있다.  

‘3월 위기는 없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동유럽발 금융위기, 미국 AIG사태가 잇따르면서 국내증시가 ‘트리플 약제’에 시달리는 등 금융시장이 또 다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정부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위기극복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가 ‘정치논리’에 따라 극명한 의견 차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대표적 ‘금융통’ 의원들은 금융시장에 드리워진 불안 심리를 없애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또 이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은행법) 통과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이한구(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의원은 4일 “핵심은 법안처리를 두고 정치권의 죽 끓는 듯한 변덕으로 대외신인도가 추락했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하루빨리 은행법 처리에 협조해야 위기극복도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국증시가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큰 구조인 만큼 금융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는 불안 심리부터 걷어내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그는 또 “외환위기 당시 국회는 금융개혁법을 제출했으나 막판에 김대중 정부가 이를 막는 바람에 외국자본 대거 유출로 이어지면서 타격이 커졌다”며 “민주당 등 야당은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때 ‘주식왕’으로 명성을 날렸던 고승덕 의원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선 야당이 은행법 통과에 신속히 협조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급등으로 인한 현재의 금융 불안은 1~2분기를 고비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내년에나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 재정형편은 그다지 나쁘지 않기에 불안 심리를 걷어내고 추가경정 예산안에 금융권 구조조정 부문을 집중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같은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금융권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관련한 재원이 필요하다면 추경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 금융전문가 의원들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전반적으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이성남 의원은 “조금이나마 금융불안을 걷어내기 위해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고 실물경제 지원 여력을 키울 목적으로 조속히 은행자본확충펀드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며 “금융시장 불안 심리까지 걷어내려면 정부 공공자금 투입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여당의 은행법 신속처리에 대해 “원안대로라면 당장 은행자본 확충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처리만 됐다면 여야 협의를 거치면서 현 금융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정안 협의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언론에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은행법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게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이 ‘4월에 처리하자’는 분위기를 보여 통과되지 못한 것”이라며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 박종희 의원 속기록에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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