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기업, 사실상 강제해고 곳곳서 속출

2009-03-02 08:26

 
정부가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기존 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해 일자리를 만드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사실상의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2일 공기업과 금융업체, 민간기업들에 따르면 공공기업과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해고와 다름없는 강제적인 희망퇴직이 확산되고 있다.

  업체들은 희망퇴직의 신청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전화나 메일을 통해 `떠나달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보내는가 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하거나 기존 직원들의 위로금 갹출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7년 이상 근속 직원에 해당되는 60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측은 희망퇴직 초기에 신청이 부진하자 근무평점 하위 10%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희망퇴직 신청인원이 20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희망퇴직 권유) 메일을 보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예상보다 신청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이달부터 초임을 30% 줄인 대졸 신입직원 50명과 인턴직원 46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작년 말에 487명이 명예퇴직 형식으로 공사를 떠났다. 공사측은 이 과정에서 직급에 따라 일정연령을 제시하고 해당되는 사람들은 명퇴를 신청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공사는 이런 방식의 명퇴에 대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또 명퇴를 수용한 직원들의 자녀들은 입사 서류전형시에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공사 관계자는 "명퇴 대상인 직원들이 반발을 하기도 했으나 사회적 여론과 공사의 장래를 감안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인력의 10%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명예퇴직, 희망퇴직, 자연감소 등의 방법으로 인력감축분을 해소하고 그래도 안되면 급여수준에 비해 성과가 미흡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퇴를 권고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서도 형식은 희망퇴직이지만 내용은 강제퇴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달 23일 임원 연봉을 깎아 신입사원 잡셰어링에 동참한다고 선언한 한화는 이에 앞서 20일 일부 직원들에게 퇴사를 권유하기도 했다. 한화 측은 직급별 퇴직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고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주위에서는 사실상 강제퇴직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연구개발 부문의 중간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권고 사직을 실시했고 아시아나항공도 고참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노조가 실질적으로는 권고사직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해고 사례는 더욱 빈번해서 작년 11월 이후 금속노조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파악된 인원만 73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싶지만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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